사실은 지금 나는 내가 아닌 게 아닐까
나다운 게 뭔지 잊어버렸다
근래 스스로가 아주 멍청해진 것 같아 좌절감에 휩싸여있었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가 '지금 그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서'일만큼 겪어본 적 없고 느껴본 적 없는 기분 나쁜 감정이다. 그래서 갑자기 인스타그램에 남겨둔 모든 글을 읽었다. 원래는 매일 들어와서 쓰려고 했던 글들이 점차 주기가 길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어느 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 지는 날에는 가감 없이 내 감정을 풀어놓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풀어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감정과 생각.
방금 이전 문장을 쓰다 보니, 요즘 머릿속에 든 것들이 많아 그것들이 미처 감정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니까 시간을 쪼개서 쓰는데 그 바쁜 일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바쁨인가 하는 회의.
내가 이렇게 바쁘게 업무를 해서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 칭찬? 뿌듯함? 시안? 단순히 일을 처리했다는 사실?
이전까지는 이것들이 나의 원동력이었다면 지금은 아마 이것들로부터 활력을 얻을 정도의 여유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정신없고 즐겁지 않은, 그런 슬픈 생활.
이렇게 글을 쓸 때는 감정과 생각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나중에 이 글을 읽게 되면 누군가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때의 그 감정과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얼마의 감정과 생각을 이곳에 담고 있을까. 과연 내가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 지금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를까.
나는 어떻게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