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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Jun 21. 2020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지나온 날들의 순간들은 먼지처럼 엉키고 엉켜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마당처럼 넓디넓은 마음속 그 어딘가에 자리 잡는다. 추억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악몽이라 불리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이 무형의 기억들은 지금의 내가 가진 ‘결’을 빚는 데 많은 일조를 했다. 흘려보낸 줄 알았던 작은 순간들이 어떤 행동을 하려는 나를, 어떤 단어를 내뱉으려는 나를 스스로 인식하게 할 때 스친 인연들, 시간들과 장소들이 나에게 어떤 모양으로 쌓여갔었는지 깨닫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 논술 문제를 우연찮게 맞닥뜨렸고 오래도록 모니터에 눈을 두고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과거들을 어떤 모습으로 합해놓았기에 지금과 같이 행동하고 자각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나는 아마도, 스스로를 인식하게 되었던 그 시점에서부터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곱하기’도 했을 테고 마음속 곯아가는 아픈 기억들은 ‘빼거나 나누기’도 했으리라는 답과 함께 마음을 안아주었다. 기억의 주체로써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기에, 무턱대고 ‘더하기’만 하지 않아 주었던 스스로에게 던지는 심심찮은 감사랄까.




사람마다 자신만의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정이 크던 작든 간에 다 그들 각자의 오롯한 사정이다. 그 뒤얽힌 과거들을 머금고 만난 우리는 비슷한 모습의 서로에게 또 얽혀가며 과거를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훌쩍 넘어버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았음에도 마치 나를, 그리고 너를 다 알아버린 것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 서로를 과거에 새기는 작업을 정성스럽게 하는 사람.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결을 켜켜이 쌓아본다.


오늘도 난 누군가와 우연찮게 부딪혔고 내일은 또 누군가와 대화할 것이다. 과거가 될 순간들 속에서 기억될 것들과 잊혀질 것들이 무엇인지 현재의 나는 알 수 없어도, 겪어가는 삶 속에서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풍경들에 잔잔히 젖어들어가는 날이 더 많아졌음 한다. 먼 훗 날 더 짙어질 나의 주름살도 나의 결처럼 아름다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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