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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Jul 19. 2020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


그닥 친하지 않은 회사 동료와 우연찮게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연애를 한참 쉬고 있다고 말하던 동료는 다가오는 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가장 먼저 나온 대답. 소개팅을 해달라는 말로 단박에 알아들었던 나는 그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큰일이다. 가장 어려운 과제가 떠 안겨졌다.


마주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 공허해지는 날들이 있었다. 하나의 주제로 뱉은 각자의 이야기가 비슷한 결을 지녔을 때에는 공감하며 맞장구 쳐주기도 했고 다른 의견을 지닌 그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각자의 노력도 존재했다. 나의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생각들 중 몇 가지를 택하여 대화 속에 내뱉었고 상대방들은 짧은 몇 마디로 나의 세계관을 단정했다. 나 역시 그들이 내뱉는 말로 상대방을 다시 그려내기도 했다. 대화를 마친 우리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공기 속에 흩뿌려졌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말은 서로를 완벽히 오해해야 하는, 각자의 정해진 틀에 서로를 욱여넣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고.



시간이 오래도록 쌓여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안다’고 할 수 없겠지. ‘내가 너를 알잖아.’라는 말이 얼마나 오만한 말인가. 다만, 오해와 착각들이 쌓인 무더기에 웅크려 있는 우리를 서로 발견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함께 나눈 이야기들로 우리가 같거나 다르다는 것을 쉬이 판단하지 않고 오롯이 상대방을 바라봐주는 것. 좁힐 수 없는 서로의 격차를 말없이 끄덕여주는 것. 그리고 입으로 내뱉는 말들과 함께 내보이는 몸짓과 눈빛이 서로를 향해 있다는 것. 타인을 담는 과정은 정성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앞에 모든 허물을 벗고 서 있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일찍 집으로 들어와 빨래를 하고 침대에 철푸덕 누워버렸다. 핸드폰을 켜 SNS를 보니 오랜만에 회사 동료의 사진이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심란한 최근을 보내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시그널 같은 글을 보니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라는 말을 하던 동료의 얼굴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마음에 담고 싶은 그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새삼 궁금해졌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 날따라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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