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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영 Mar 19. 2019

10. 작은 읍내 도서관장 이야기

좌충우돌 도서관장 일기


도서관장은 두 번째다. 대학에서 도서관학(현재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시골 도서관장을 꿈꾸었다.

교수님은 "시골 도서관은 관장이랑 직원 1명밖에 없어 힘들다." 했지만 아이들, 엄마들과 알콩달콩 지내면 재미있을 듯했다.

파울로 코엘류의 도서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말처럼 사서공무원이 되었고, 몇 년 전에 관장의 꿈을 이루었다. 교수님의 걱정과 달리 도서관은 조금씩 발전해 정규직 5명에 파트타임으로 청소, 주말 근무를 도와주는 비정규직 2명이 있다.


관장은 매력적인 직위다. 도서관을 주도적으로 꾸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직장을 옮기면 한 달은 메모를 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라고 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다음 날부터 자료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무언가를 조금씩 바꾼다.


먼저 한 일은 환경미화다.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료실 입구의 커다란 목재 사물함을 창고로 내렸다. 빈 공간에는 이용자를 위한 계단식 알림판을 비치하고, 보랏빛 난 화분을 두었다. 지하부터 2층까지 연결된 스테인리스 봉에는 작은 화분을 걸었다. 차가웠던 공간이 작은 변화로 따뜻해졌다. 이용자들은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여자 관장님이 오셨나 봐요. 도서관이 예뻐졌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두 번째 한 일은 자료실 북 큐레이션이다. 가끔 도서관에 갔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검색을 하면 되지만 그마저도 귀찮을 때 누군가 책을 골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 읽고 서평 쓰는 일이 취미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사서 추천도서' 코너다. 읽어본 책 중에서 무난한, 보편적인 책으로 선정한다.

 

책을 전시할 책상을 꾸며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니 인터넷으로 주문할 여유가 없다. 다이소에서 3천 원인 식탁보 2장을 샀다. 한 공간은 '사서 추천도서'로 어른을 위한 추천 책 코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김형석의 '백 년을 살아보니' 등을 전시했는데 하루 만에 매진이다. 서점이라면 같은 책을 다시 전시하면 되지만 도서관엔 단 한 권뿐이다. 수시로 전시대를 기웃거리며 다른 책으로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체크해야겠다.  소소한 선물로 책 속 한 구절을 적은 책갈피를 준비해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박스도 준비했다.  


다른 공간은 초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학교 가는 날'이다. '학교 가는 날', '학교가 사라진 날', '지각대장 존',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전학 온 첫날' 등의 책을 전시했는데 뜨거운 반응이다.


도서관에 발령받은 날, 생각보다 이용자가 적어 놀랐다. 인구 2만 3천 명인 읍소재 도서관이지만, 주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젊은 엄마들이 많을 텐데.... 미세먼지 탓을 하지만 과연 그럴까?

'찾고 싶은 도서관, 또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이 내 소명이다.

내일은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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