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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영 Mar 31. 2019

11. 가끔은 나도 강사다

1년에 두 번,  강사가 되는 날은 설렌다.


가뭄에 콩 나듯 일 년에 한두 번 독서 관련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도서관으로 외부기관에서 문의 전화가 온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기관인데요. 도서관에는 독서 관련 전문가 사서가 계시지요. 우리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독서방법이나 책 소개 같은 강연 해 주실 분 계실까요?" 그럴 때 대부분의 사서들은  고맙게도 나를 떠올려준다.

한참 늦은 나이에 시작한 대학원 공부가 도움된 걸까? 일반대학원이지만 대부분 직장인이라 야간에 수업을 진행했다. 나보다 어린 나이의 교수들은 영어 원서로 수업했다. 영어를 손 뗀 지 20년 만에, 영어사전과 구글에 의지해 졸린 눈 비비며 공부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후 독서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인정받은 듯하다. 


주제는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다. 대상은 직장인 또는 학부모. 강의를 시작할 때 수강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진진가 게임으로 나를 소개한다. 사지선다형 중 틀린 답 찾기.  대부분 2번을 고른다.


1번. 나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

땡! 어릴 때 책을 모르고 자랐다. 독서퀴즈로 자주 인용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자인 빌 게이츠 동네에는 그 당시에 공공도서관이 있. 었. 다. 그러나 빌 게이츠 보다 한참 어린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공도서관이 없었다. 도서관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갑자기 증가했다. 덕분에 힘들지 않게 취업했구나. 

어릴 때 동네에 만화방은 있었고 언니, 오빠는 자주 들락거렸다. 나는 친구들과 늘 밖에서 놀다 "서영아 저녁 먹어" 하는 엄마 목소리에 집에 들어왔고,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대학 도서관학과에 입학하면서 진정한 독서가 되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세계명작,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을 미친 듯이 읽었다. 

책은 읽어야 되겠다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2번. 나는 커피 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작년에 우리 도서관 야간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핸드드립 과정'을 이수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성공했다. 오래전 유후인 '카라반' 카페에서 사이폰으로 내려준 커피 맛에 반했다. 그 후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처음부터 끝 맛까지 깔끔해서 좋아한다. 휴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 향이 진동하고, 남편이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꿈을 꾸지만 어림없다. 남편은 다방커피를 더 좋아한다.


3번. 나는 책 보다 TV를 더 좋아한다.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은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열혈 사제'는 애정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 종영한 '하나뿐인 내편',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본방사수였다. 남들은 이종석, 이나영 조합이 어색하고 내용도 유치하다고 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로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무대가 출판사인 것도 매력적이다. 사서보다 출판사 직원이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나는 사서보다 출판사 직원이 더 잘 맞았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는 사명감으로 TV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척한다.  


4번. 내 취미는 서평 쓰기다


한 달에 한번 지역신문에 서평 칼럼을 쓴 지 10년이 지났다. 칼럼은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나를 홍보하는 도구가 된다. 잘 모르는 교장선생님도 신문에서 봤다며 반가워할 때의 기쁨이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는 순수한 봉사지만 나를 성장시킨다. 책을 읽고 간단한 서평 쓰기 추천한다.



진진가 게임으로 강의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내 삶과 책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론적인 강의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수강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의를 시작하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다. 좀 더 자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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