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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Oct 30. 2022

냉장고가 없어야 더 예쁜 냉장고장이 생겼다

냉장고장 수납장 만들기

방을 넓게 쓰기 위해 하나로 합치다 보니 다용도실이 없는 게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수납장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애를 한껏 태우고 포기할 때쯤 갑작스럽게 일을 시작하는 남편이 느닷없이 냉장고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앞으로 빼는 것으로 수납장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보니 냉장고 위의 큰 대야가 오늘따라 눈에 더 들어오는 것 같다. 

살면서 하는 셀프 리모델링에는 어수선함과 불편함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마음의 여유가 꼭 필요하다. 

냉장고장이 놓일 공간과 냉장고의 사이즈를 고려해 도면을 그리고 재료를 재단한다. 

주재료는 18mm MDF를 사용하고, 마감은 페인트와 벽지를 이용할 생각이다. 

재단한 MDF로 냉장고 상부장을 먼저 조립한다. 

원목이든 가공목이든 나사못 접합부는 이중드릴비트를 이용하여 미리 천공을 하는 것이 갈라짐을 방지할 수 있다.  반복되는 작업이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편은 즐겁게 작업을 이어 간다. (즐거움이 없었다면 결코 이어갈 수 없었던 셀프 리모델링이다)

도면이 나오기 전 미리 구입해 놓은 MDF 판재가 조금 부족하다 보니 다시 구매하기도 그렇고 해서 보이지 않는 상부장 부분은 자투리 컬렉션이 되어간다. 

상부장 한쪽은 부엌 부분의 전선이 집합된 점검구가 있으므로 그곳에 맞는 타공구도 하나 뚫어 주었다.

냉장고 위에 올라갈 상부장 2개가 만들어졌다. 

먼저 젯소라 불리는 프라이머를 발라 준다. 나중에 페인트를 칠하든 벽지를 바르든 습기에 약한 MDF라 접착력 강한 프라이머를 한번 씌워 주었다. 

작업하는 김에 남은 자재를 최대한 이용하여 냉장고장 옆에 놓을 책꽂이형 수납장도 하나 만들었다. (남편의 아이디어에 늘 감탄한다)

이제 냉장고가 들어갈 하부장을 조립해야 한다. 

무거운 상부장을 올려야 하기에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보강에 신경을 썼다.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 사이에 들어갈 판이다. 

처음부터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상부장 가운데 부분이 아래로 쳐진 사례를 보고 지지판을 대기로 결정하였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열기가 있기에 공기 순환을 위해 타공을 하였다.

이제 상부장을 얹힐 차례이다. 

두 번째 상부장도 올린 후 상부장 두 개를 서로 연결하여 준다. 

얼추 냉장고 수납장으로서의 자태를 갖추어 간다.

하부장의 가장 오른쪽 판재는 아직 고정을 하지 않고 임시로 받쳐 놓은 상태이다. 처음 만들어 보는 냉장고 수납장이고 벽이 직각이 아니기에 조금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정을 위해 마지막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실제 전문가의 작업 방식을 모르기에 작업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남편의 꼼꼼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1차 공정인 조립이 모두 완료되었다. 이제 2차 공정인 마감 처리 작업을 해야 한다.

2차 공정으로 가기 전 하부장 외벽에 통풍구를 뚫어 준다. 

냉장고에서 나는 열이 상당하기에 통풍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남편의 판단이다. (기능상의 문제로 뚫어준 통풍구인데 디자인적인 부분으로 다가와 더 시선이 간다)

하부장 부분에 프라이머를 한번 발라 주었다. 

상부장은 흰색 페인트를 2회 도색하고 하부장은 벽지로 마감할 계획이다.

상부장 페인트 작업을 먼저 한 후 하부장 도배를 이어간다.

하부장 지지목이 튀어나와있는 부분부터 도배를 한 후 벽면과 양 옆판을 작업한다. 

부엌 벽면에 맞추어 아래쪽은 블루 위쪽은 핑크 계열로 분리하여 도배를 하였다. 사실 도배하는 내내 옆에서 굳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힘들게 작업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지만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는 남편에게 통하지 않았다. 

도배 작업까지 완료되었다. 

냉장고를 넣기 전 코드선 작업을 해준다.

벽지 이음새 부분 실리콘 마감까지 해주며 계획했던 2차 공정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 3차 공정 상부장 도어 부착과 하부장 몰딩 작업만 하면 냉장고 수납장 DIY가 종료된다. 

상부장 도어는 철거 현장에서 가져온 수납장의 도어이다. 당시 이것저것 문짝만 많이 철거하는 남편을 보며 어디에 쓰려고 그러냐고 물었었다. 웃으며 다 쓸 때가 있다는 말만 하더니 그때부터 이미 이런 계획이 있었나 보다. 가져온 도어의 크기를 최대한 고려하여 상부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원래 있던 곳이 아니기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리 없다. 

철로 된 은색의 테두리를 분리한 후 필요한 사이즈대로 재단하고 은색 테두리를 다시 끼울 홈을 가공해 주었다. 테이블 쏘라는 공구가 없기 때문에 원형톱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상부장 도어를 모두 부착하면서 냉장고 수납장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간다.

다 마무리된 것 같은데 남편은 깔끔하지 않다며 몰딩으로 마감 작업을 시작했다. 

몰딩을 고정할 부분이 좁아서 몰딩 조각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고정시킨 후 

몰딩을 고정하였다.

그.런.데...

몰딩까지 작업하고 나니 냉장고장 안쪽 도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길래 왜 힘들게 작업을 했냐는 안타까움을 1차로...

우리 곧 냉장고 바꿀 때가 되어가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작은 크기로 사서 안쪽이 보이게 해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2차로 덧붙이며 냉장고장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한 냉장고 수납장이 생겼다. 식탁 뒤 남편표 수납장과 함께 세트 같은 느낌도 난다.

부엌 수납장에 이어 냉장고장까지 부엌의 수납을 책임져 줄 가구가 이렇게 또 늘었다. 

함께 만들어 부착한 냉장고 옆 미니 수납장은 아직 문 한쪽이 없어 완벽한 부엌에서 2%가 빠진 느낌이 들지만 괜찮다. 항상 그렇듯 내 무던한 성격에서 작은 잔소리가 하나둘씩 새어 나올 때쯤 남편은 갑작스럽게 작업을 시작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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