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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r 08. 2024

70대 엄마가 이렇게 옷 좋아할 줄 몰랐다

내 새 옷을 가져간 엄마

2월 말, 연말정산 환급액을 받았다. 엄마를 부양자로 올려 받은 덕도 있기 때문에 새 옷을 사주겠다 했다. 이 말을 듣고 엄마는 신이 났다. 3월 중순에 바자회가 있는데, 그 때 입고 갈 옷을 고르시겠단다. 엄마가 잘 가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체크무늬 원피스와 조끼를 골랐다. 나도 새 기분 내게 단골 사이트에서 옷을 주문했다.


며칠 뒤 엄마의 원피스는 왔는데, 조끼는 품절이라고 안 왔단다. 내가 가진 조끼가 잘 어울릴 것 같아 매치해 보니 괜찮다. 난 다시 사이트에 가서 조끼 대신 주문할 스카프를 골랐다. 카톡으로 물어보니 색을 고르는 엄마. 라벤더를 권했는데 회색이 좋으시단다.


카톡으로 스카프(출처:핑크맘) 고르는 세련된 엄마


그 사이 내 옷이 왔다. 엄마에게 보여주니 내 초록색 블라우스가 맘에 든단다. 오버핏이라 사이즈도 엄마가 입으실 수 있다. 너무 좋아하는 얼굴이어서, 바자회 3일이니 번갈아 입으라고 빌려드렸다.

엄마가 맘에 들어 한 블라우스(출처:주줌)

내가 어릴 때부터 본 엄마는 시장 가서 몇천 원짜리 옷 사서 입으시던 분이었다. 그게 진짜 엄마가 아니었다. 우리 키우느라 잠시 마음을 숨겼을 뿐, 엄마는 사실 좋은 옷을 입고 싶으셨다.


가족이라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엄마의 새로운 모습이 계속 보이고, 신선해서 좋다. 새 봄 새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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