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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un 27. 2024

당장당장 몽땅몽땅 여사

베풀고 천진난만한 갑술일주 울엄마

며칠간 바빠 엄마랑 대화를 못했다. 오늘은 둘 다 새벽에 깼다. 거실에 사과가 한 바구니 있길래, 사과를 깍아 놓고 엄마랑 대화를 나눴다.


"요즘 사과 귀한데,  어디서 샀어?"


"어떤 할아버지가 산지에서 사과와 수박을 싣고 와 직거래로 싸게 팔길래 샀어."


잘했네. 덕분에 맛있는 과일 아침부터 먹네. 덕담을 주고 받는데 한마디 하시는 엄마.


"어제 발효식초 산 분에게 서비스로 약선명이 장이찌를 보냈는데, 내가 손이 커서 많이 집어넣었지 뭐야. 우체국에 택배로 부쳐놓고 나니 너무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평소 엄마 성격을 아니, 짐작 간다. 우리 엄마는 가을에 거둘게 많은 술토의 여자다. 항상 마음이 급하고 일을 잘 하신다. 일할 때 자주 쓰는 단어는 '당장당장 몽땅몽땅'이다. 외갓집 언어습관이 말이 빠르고 동어를 반복한다. 그래서, 부지런하시지만 어쩔땐 생각없이 습관대로 빠르게 한다.


반면, 나는 깊은 생각을 좋아하는 수기운 많은 딸이라 한분야를 깊게 파는 대화를 좋아한다. 단, 일지 사화라 일을 추진할땐 빠르다. 이렇게 모녀가 같은듯 다르니 부딪힐 때도 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빨리 하려다 시행착오하는 엄마 모습이 귀엽다.


"엄마가 일할때 당장당장 몽땅몽땅 식으로 해서 그래. 받은 분이 맛있게 먹고, 나중에 또 주문해줄지도 모르지."


그런가? 하며 웃으시는 엄마. 평소 핸드폰을 쓰다가도 안되면 내방에 당장 들어와, 내가 통화를 하고 있어도 당장당장 해달라는 엄마다. 그 이야기를 하니 포부도 당당하게 말하신다.


"그래서, 내가 일 추진과 마무리 잘하잖아. 네 속바지도 당장당장 만들고."


그래, 엄마 기질인걸 어쩌랴. 엄마가 손을 안쉬고 만들어주신 속바지도 잘 입고 있고. 엄마의 당장당장 몽땅몽땅 재주때문에 돈부콩이 알뜰하게 베란다에서 잘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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