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등록한 서울시장애인일자리센터에서 베이글공장 포장 자리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근무조건을 알려주니 생각해보는 화섭씨. 결국 안 가겠다는거다. 평소 카페를 좋아하니 바리스타를 고집한다.
"바리스타도 힘든 직업이야. 진짜 도전해볼거야?"
"응, 해볼래."
20대부터 다양한 직업을 가진 화섭씨라 취향이 생긴거다. 본인 말에 책임지라 하며 주말 아침에는 핸드드립을 내리라 시킨다. 충실히 저울로 계랑한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려주는 화섭씨. 홈카페에 바리스타 아저씨가 있으니 좋다.
사실 장애인 일자리는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주말엔 여러 장소를 홀로 외출하며 요즘 뜨고 있는 팝업 스토어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온 화섭씨다. 당연히 공장 말고, 인테리어가 예쁘고 좋은 음악이 나오는데를 선호하는 눈이 생긴거다.
그래, 좀 더 기다려 네가 원하는 곳을 천천히 찾아보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때 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다. 그에 맞는 태도를 가진 중년이 된 배짱좋은 백수 화섭씨다.
사실 이런 배짱과 여유 있는건 평소 많은 지출을 안해서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으로 얼마든지 소박한 라이프를 꾸릴 수 있어서다.
난 여러 계층을 만나며 사주나 에니어그램 상담을 해왔다. 어떤 분은 고수입과 고지출의 일상에 맞춰있다 갱년기 등으로 몸이 힘들여 일을 줄여 몸을 돌봐야 할 때 고지출의 수준을 내려놓기 힘들어 일을 못 줄이는 경우도 봤다. 소박한 라이프에 맞춘 삶이란, 돈과 일에 대한 자유를 준다.
인간의 눈이란 한정없이 높아 위를 보자면 끝이 없다. 각종 좋은것들로 유혹하는게 많은 자본주의의 시대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소비를 부추긴다. 이럴때 중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소박라이프를 유지하는게 마음의 여유를 준다.
결국 시간부자와 마음부자는 흔들리지 않는 삶의 철학에서 나온다. 안분지족의 삶이면 재벌도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