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밋 Mar 09. 2019

30초의 관심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면 환청처럼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중문을 열면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나에게 달려든다. 하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순간이다. 나를 졸졸졸 따라오며 쓰다듬어달라 외치던 강아지들을 바로 안아주고 싶지만 내 손과 옷은 미세먼지가 잔뜩 묻어 더럽다.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나면 이미 강아지들은 내 곁에 없다. 자기 자리에 가서 누워있거나 아니면 저 멀리 떨어져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다. 갑을이 뒤집힌다. 애정을 갈구해야 하는 건 이제 내 역할이다. 아이고 강아지님 머리 한번 만져도 되겠습니까 하며 조심조심 다가가면 반응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슬쩍 내 무릎에 앉아준다.

 얘들은 내가 반가운 걸까 아니면 그저 새로운 존재의 등장에 잠시 흥분했다가 식어버리는 걸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다가도 강아지의 시간은 인간과 다르니 30초의 관심도 얘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긴 환호일 거야 하며 정신승리를 한다.

반가워하지 않으면 또 어떻담.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희는 건강하기만 해라. 배를 만져주면 발라당 뒤집어져서 누워버리는 너희들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혼자서 신파를 찍고는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자야 하는데 자고 싶지 않은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