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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Dec 06. 2023

아페쎄(A.P.C.)를 좋아합니다


패션브랜드 중 아페쎄를 좋아한다. 아페쎄는 프랑스의 컨템포러리 패션브랜드다. 시대를 초월한 미니멀디자인으로 유명하고 그래서 좋다. 어느 날 눈떠보니 옷장에 아페쎄 옷의 지분이 많아져 있었다. 옷을 살 때 유행템에 치중하지 않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으로, 평생 입을 옷을 모아가려고 하는 생각을 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군더더기가 많고 알 수 없는 디테일로 거추장스러워진 세상에 염증을 느낀 나는 어느샌가 미니멀리즘에 끌리고 있었다. 이는 의식적이라기보다 자석에 이끌리듯 무의식적이고 강력했다.



아페쎄 옷은 슬쩍 빠르게 훑어보면 그저 심심한 옷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예리한 눈으로 보면 간결한 가운데에서도 멋이 느껴진다. <매거진 B> 아페쎄 편에서는 파리지엥에게 아페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다. 길거리 인터뷰다. 파리에서 시작해 36년된 브랜드였기에 현지에서 인식이 어떤지 궁금했다. 한 사람의 답변은 이랬다. 파리지엥룩의 핵심은 심플함인데 아페쎄는 옷보다는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나게 하는 단순한 디자인이기에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이다.


또 다른 이는 아페쎄는 주로 스타일을 신경 쓰되 튀고 싶진 않은 20대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페쎄는 얌전해 보이지만 절대 얌전하지 않은 옷이다. 나 또한 아페쎄가 단순해서 좋기는 하지만 내가 선호하는 확실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점은 귀여운 느낌 때문이다. 최소한의 라인, 최소한의 장식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귀여운 핏을 낸다. 아페쎄의 옷, 가방, 신발, 액세서리는 미니멀하면서 귀엽고 우아하다.




한 인터뷰이는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급에 아페쎄 옷을 입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부모님 영향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주로 음악, 패션 등 크리에이티브 업종에 일하고, 본인도 아페쎄 옷을 즐겨 입는 분들이었다. 또 패션업계 종사자인 다른 이는 처음 파리 패션계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아페쎄는 패션계 사람들의 ‘레퍼런스 브랜드’로 통했다고 한다. 아페쎄 브랜드에는 뭔가 있음을 심증으로 가득 느낄 수 있는 인터뷰다.


아페쎄가 에센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움, 정확하게는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저희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나 역시 아페쎄라는 브랜드의 매력을 처음부터 알아채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일 테다. 이것이 아페쎄 대표 장 투이투의 철학이다. 아페쎄의 창립자이자 37년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그는 아페쎄를 통해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사람들이 아페쎄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는 다소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은 자신의 브랜드를 지루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모든 브랜드가 특출나게 보이려고 애쓰며 발악하고 있을 때 오히려 기본에 집중하고, 삶의 해독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철학은 알면 알수록 나와 정말 비슷했다. 내가 왜 아페쎄라는 브랜드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심심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브랜드를 만든 것일까? 평범하진 않았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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