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 Dec 18. 2023

프랑스 공산주의자의 패션 브랜드 운영법

아페쎄는 왜 미니멀리즘을 37년째 고수할까?

패션은 늘 재즈가 그랬던 것처럼 흘러간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20%의 음표와 80%의 애티튜드라고 말한 것처럼. 이것은 당신이 잘 꾸미기 위해 큰 옷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옷장에는 충분한 옷들이 있고, 몇 가지 한정된 시리즈의 옷을 추가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옆 쪽에 체인이 달린 APC 청바지, 셔틀랜드 스웨터, 이것뿐이다.

-장 투이투


아페쎄 창업자 장 투이투가 취향을 타지 않는 옷을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것은 미니멀리즘이었다. 장의 반골기질이 제대로 발동했다. 1980년대 당시 파리의 디자인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디테일이 많았다. 남자 옷까지도 패드가 있을 정도로 과장됐다. 아페쎄는 이와 정반대의 노선인 미니멀리즘을 택한다. 로고보다는 입는 사람이 보이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디테일을 제거했다. 깔끔한 옷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본질에 집중하되 대중성과 범용성을 중요시했다.


그의 급진적인 미니멀리즘은 브랜드 이름에도 적용됐다. 그는 브랜드 이름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파리 패션계에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게 옷은 그저 옷일 뿐이었는데 군더더기가 많이 따라붙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만든 옷에는 계절과 생산연도만 표시했다. 첫 번째 생산물은 Hiver 87(이베르 87, 87년 겨울)이었다. 이는 88년 봄에도, 여름에도 계속됐다.



이런 미니멀리즘에 대한 소나무 취향은 아페쎄의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생지데님이다. 아페쎄의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이 생지데님 때문이다. 아페쎄만의 고유한 데님원단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장악했다. 데님 제조 과정에서도 미니멀을 지향했다. 청바지의 원단은 원래 가공이 많이 된다고 한다. 물이 안 빠지게 가공처리하는 워싱이 청바지의 멋을 결정하는데 아페쎄는 이를 최소화했다. 생지데님의 영문 표기는 raw denim인 것은 이 때문이다. 후처리 가공이나 워싱하지 않아 오래 입으면 입을수록 입는 사람의 몸에 어울리는 핏으로 변모해 간다.



아페쎄라는 이름은 창업 후 3년 후에나 생겼다. 판매처에서 재고관리가 어렵다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페쎄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A.P.C. 는 창작과 생산의 아뜰리에의 약자다.(Atelier de Production et de Création) 쉽게 말해 그냥 옷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붙인 이름도 별 뜻이 없는 것 같다. 심플한 브랜드명처럼 아페쎄는 한결같이 미니멀한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미니멀리스트이기만 하다면, 우린 아마 1년에 절반은 휴가를 떠나 있어도 될 겁니다. 우리가 만든 심플한 디자인이나 미니멀한 업적은 아니라는 말이죠. 놈코어와 심플한 것은 다릅니다. 심플함은 숭고해요. 물론 장식을 더하는 것도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아름다운 동시에 심플한 것도 장식을 더해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정말로 숭고한 뭔가를 디자인하려면 절대적으로 심플해야 합니다. 굉장히 허세스러운 말이라는 건 알지만, 난 62세고 그 정도 말은 이제 할 수 있죠.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eibringen/108

https://brunch.co.kr/@beibringen/109


매거진의 이전글 패션계 반골 장 투이투, 디자이너아니고 공산주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