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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Feb 01. 2024

30대 직장인이 정샘물 1:1 화장클래스 수강한 이유

45만 원짜리 화장 강의 수강 이유와 강의 찾는 과정

최근에 그동안 안 해본 짓들을 하고 있다. 사실 안 해본 짓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다. 관심이 없던 것에 의식적으로 다가가보려는 노력 정도겠다. 그렇게 시작한 게 패션이 있었고, 그다음이 화장이다. 공통점이라면 남에게 보이는 외적인 것들이다. 그렇다. 나는 좀 더 예뻐 보이고 싶다. 아니, 내 장점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 가장 나답게 보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요즘 나의 행보를 보면 내가 외적인 것만 중요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근 10여 년간 나는 내면에만 크게 관심을 가져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왔다. 그것들이 시간을 견뎌 내 개성이 됐고 그 단단하게 다져온 ‘나’를 이제는 겉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내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키는 시도에 더 가깝다.


화장은 답답한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 살다 보면 화장을 잘하고 싶은 날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날 화장을 성에 차게 못해내는 것이 답답했다. 물론 화장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지한 상태에서 흉내 내는 수준으로 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디테일한 스킬이 화장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성격상 그런 걸 타고나게 잘하는 편은 아니고 지식으로 커버해야 됨을 알았다. 그런데 내게 화장 지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얼굴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나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이 드는데 그러기엔 실력이 역부족이었다. 결국 좀 더 화장법을 제대로 알고, 때에 따른 방법을 자유자재로,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싶었다.


그동안 화장 스킬을 공부해 보려고 스스로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유튜브를 여럿 보기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연습할 환경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다. 뭐든 그렇듯 화장도 많이 해봐야 늘 텐데 회사에 화장을 안 하다고 다니다 보니 연습할 기회가 적었다. 그리고 화장에 쉬이 동기부여되는 편은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화장을 하지 않으니 절대적인 횟수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잘하지 못하게 되고 잘하지 못하니 화장은 내게 수월한 일이 아니게 됐고 더더욱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악순환은 반복됐다. 화장은 여러모로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극약처방으로 택한 것이 화장클래스였다. 클래스를 가면 그 순간에는 강제로 연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나아가 전문가의 확실한 방법으로 드라마틱한 아웃풋을 볼 수 있기에 효율적이고 동기부여도 된다. 그리고 클래스 중에는 1:1을 선택했다. 여태까지 PT, 필라테스, 랩, 드럼 등 각종 강의를 들어봤을 때 1:1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1:1 클래스를 듣기로 결정하고 강의를 찾기 시작했다. 강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명확하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되니까 실패를 하지 않을 최고의 강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샅샅이 뒤져 최적의 강의를 찾기보다는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유명한 강의를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과정이 어려워 지쳐서 포기하게 될 것을 감지했고 이를 막아야 했다. 최악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찾게 된 것이 정샘물아카데미의 1:1 메이크업 클래스였다.


강의는 2회에 45만 원이었고, 1회는 1시간 30분으로 구성됐다. 당연하겠지만 선생님은 정샘물 원장이 아니고 아카데미 소속 강사중 랜덤 배정이었다. 1:1 강의답게 일정은 내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10시부터 4시까지라는 제약이 있었다. 직장인인 나는 휴가를 내야 했다. 휴가를 낼 때 보통은 사유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장난기가 발동해 팀장님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화장 클래스를 들으려고 휴가를 낸다고 하니 팀장님은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주드 님은 평소에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히피적 성향이거나 주체적인 여성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요.(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를 돌려 말하는 듯한 뉘앙스,, ㅎ) 그리고 화장을 잘하는 편이지 않나요?”


내가 히피적인 가치관을 일부 갖고 있는 것도 맞지만 팀장님께 정말 저렇게 보인다니.. 흥미로운 전개였다. 그리고 가끔 약속이 있을 때 화장을 하고 인사를 드리면 놀라서 흔들리는 동공을 보며 은근한 재미와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남을 놀라게 하는 게 너무 재미있음,,, “제가 주체적인 편이긴 하지만 저도 꾸미고 싶을 때가 있죠. 그리고 화장은 기본은 하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요.” 팀장님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셨고 휴가를 승인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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