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 9시간전

조직개편 발령날은 대개 퇴사하고 싶었다

나를 위한 조직개편은 없다

12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수많은 조직개편을 겪었다. 그에 따른 회사 생활에서의 변화도 경험했다. 조직개편 이후에는 우선 부서의 역할과 입지가 달라졌다. 내가 속한 부서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다. 조직의 크기 변화는 직장인에게 중요한데, 커리어 성장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역할과 입지가 커지면 할 일이 많아지며 새롭고 트렌디한 일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험도, 전문성도 쌓여 좋은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신규 기획보다는 운영성 업무나 현상 유지만 추구하게 된다. 이는 물경력이 될 수 있고 발전이 없다. 이런 경력들은 고스란히 이력으로 남아 추후 연봉과 이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조직개편에는 리더 발령이 덧붙기도 한다.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는 것 또한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직에서는 리더의 가치관이 법이나 규율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업무스타일이나 생활 전반이 많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꼼꼼한 리더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 있어 구성원으로서 괴로울 테고, 방향 제시와 의사결정을 잘하는 리더는 구성원을 편하게 할 것이다. 회식을 좋아하는 리더도 있을 것이고 회식을 싫어하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부서 분위기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이런 변화들은 내 삶과 행복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왔다.


이렇게 중요한 조직개편은 대개 회사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새로운 경영방향을 수립하거나 변화를 도모하거나, 주주나 경영진의 이익 창출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험상 개편의 방향이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우선 내가 모르는 회사의 대내외적인 상황이 많을 테니 내 판단이 맞는지도 확신 못한다. 게다가 회사는 일개 구성원인 내 이익을 보호해 줄 의무도 의사도 없다. 워낙 다양한 구성원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할 테다.


월급쟁이 구성원들은 이의를 제기할 권리도, 자격도 없어 보였다. 본인이 조직이동 대상자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정된 내용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경우는 극히 적었으며 변화의 최전선에 있을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하루 일찍 통보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결국 조직개편은 내 의지대로 일어나지 않는 중요 이벤트인데 내 이익과 처지에 직결되는 결정임에도 원인도, 결과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조직개편이 싫은 이유였다.


회사의 이익과 월급쟁이 구성원인 내 이익은 대체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내가 몸담은 교육 직무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익 창출이 최우선인 기업 경영에서 저성장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교육 기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년간 내가 겪은 조직개편 대부분은 부서가 작아지거나 없어져 인사팀에 흡수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리더의 경우도 다른 부서에서 실력적이든 정치적이든 애매한 입지의 인물들이 새로운 리더가 되거나 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에서 우리 부서에 바라는 바를 무언으로 느낄 수 있는 발령이었다. 그래서 이런 유의 조직개편은 대부분 내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퇴사하기 전에도 그랬다. 경영진 변화→임원 퇴사→팀장 퇴사→조직개편의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조직개편의 결과 역시 나의 성장과 이익에 불리해 보였다. 직무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그랬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들이 보였다. 그래서 더 반감이 들었는지 모른다. 여기서 내 입장과 이익을 대변해 줄 인물이나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커리어적으로도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였다. 어떤 것도 내게 유리한 점은 없었다.


이번 조직개편 이후 스스로를 지켜낼 방안을 고민하고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공채 문화 없이 경력직으로 가득 찬 회사, 개개인의 이익이 제일 중요해서 자신의 이익에 조금의 흠집도 내지 않으려는 머리 큰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 빠르게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계획하지 못한 변화, 아니면 강요된 변화, 그 와중에 내게 불리한 변화, 그럼에도 내가 막지도 대처도 못하는 변화는 그만 맞고 싶었다. 한편 인생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조직개편 이후 퇴사에 대한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조직개편은 없다.



<커밍쏜_퇴사 후 이야기>님 유튜브 중 '구글에서 하루아침에 퇴사당한 임원' 편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이직 면접에 떨어진 날,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