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중요한 이슈가 있어서 급하게 출간을 한다거나, 삽화 삽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수개월의 시간을 거친 뒤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특히 내가 쓰는 동화의 경우에는 그림작가의 삽화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반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첫 번째 작품인 <그 아이의 비밀 노트>와 같은 경우에는 평범한 과정을 거쳐 (투고 - 채택 - 탈고 - 삽화 제작 - 출간) 출간되었으나,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규칙이 있는 나라>는 달랐다. 우선 첫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에 원고를 고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들었고, 중간에 편집장님 따라 출판사를 옮기게 되면서 시간이 더욱 지체되었다. 물론 책이 급하게 나와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출간 순서가 뒤바뀌어도 상관없었지만, 나오고 보니 '첫 작품'이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말하기 애매해지는 것이다. 첫 번째 제작 원고인 '이상한 규칙이 있는 나라'를 첫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첫 번째 출간된 책인 '그 아이의 비밀 노트'를 첫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그 아이의 비밀 노트> 당시에도 느꼈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들여다보는 원고와, 촉각을 통해 물성이 느껴지는 책은 판이하게 다르다. 후자가 훨씬 좋다는 뜻이다. 한참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다가, 책을 들춰보기도 하다가, 끌어안기도 해 보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그 아이의 비밀 노트>도 함께 꺼내어보았다.
두 권을 번갈아가며 보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들을 세상에 내느라 그동안 겪었던 마음 안의 풍파들이 머리와 가슴속을 사무치게 스치는 것이다.
그래, 누가 첫째인 게 무엇이 중요하겠어. 둘 다 예쁜 내 새끼인걸.
원고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심한 후 다시 들여다본 내 책들은, 여전히 예뻐 보였다. 이 책들이 누군가에게도 그런 예쁨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다시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쓰게 될까.
덧. 재작년에 쓴 글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브런치에 동화 집필 이야기를 적은지도 2년이 다 되어가네요. 먼 발치서 응원해주고 함께해주신 작가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책은 알라딘,yes24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3847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