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히 살기 위한 정신 개조 방법
너는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었던 그때, 내 친구가 나에게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했다.
그 친구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따지자면, 나는 isfj인데 반해, 그 친구는 entp였다. 그야말로 한 글자도 같은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그런 시절이 마치 없는 듯했다. 누군가 한 못된 말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한 적도, 일이 안 풀려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유난히 얄궂은 사건사고 때문에 우울감에 젖어 힘겨워하는 법도 없었다. 나랑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냥 그럴 땐 말이야, 자서전에 쓸 말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돼.
'너는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라는 어마 무시한 말을 던지고 부연으로 덧붙인 말은 더 기가 막혔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의식의 흐름이었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내 인생의 모든 맥락을 알고 있는 친구라, 분명히 '잘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신기하게도 위안이 되더라. 그 친구의 인생에 역경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역경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인생은 잘 될 것을 알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자잘한 사고 때문에 힘들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 상황이 힘든 게 아니고 내가 대처하는 방식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힘듦의 무게가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쓰는 글 족족 이상한 글이라 여겨져도, 내가 하는 일이 유난히 잘 풀리지 않아도, 나의 주변 사람들이 나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 그게 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의외로 효과가 있던 그 대화 끝에 내려진 결론은, entp친구의 막강한 회복탄력성과 자존감 하나쯤은 기꺼이 닮아주기로 했다는 것. 가끔 찾아오는 나의 본능적 눈치보기 때문에 스러질지라도, 오늘 들은 그 말을 기억해보기로 했다. 나의 자서전 한 줄로 이 모든 역경이 정리될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