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그랬다. 어영부영 적어 낸 글이 출간이 되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작가적 재능이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 그 첫 작품이 문학 나눔 도서로 선정되고, 각종 위원회에서 추천 도서로 노미네이트 되면서 그럭저럭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나의 작가적 입지를 다져주진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첫 작품을 내고 그다음 작품을 수월하게 내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게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공을 들여 쓴 작품은 내가 봐도 밋밋했고, 공모전 수상작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서사로 구성되어있었다.
그 밑에 적혀있는 유려한 심사평들을 보면서, 나는 죽었다 깨나도 저런 글을 쓰지 못할 거라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이제껏 하다가 그만둔 일은 많았지만, 이렇게 도망치는 느낌으로 뒤로 물러난 적은 없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동화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동화를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겁하기 그지없다.
기성 작가가 되기 위해 매일 아침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루틴이었는데, 절필을 결심하면서 그 습관까지 내다 버렸다. 아침나절, 텅 비어버린 글쓰기 시간을 무의미하게 통과하며 생각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정말 끝인 건가?'
그 고민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기록이라도 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그게 글이 아니길 바랐다. (글이라면 지긋지긋했으니.)
그래서 어쩌다 보니 그리는 절필 그림일기. 목표는 주 1회 업데이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