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보라 Mar 01. 2022

.

엄마 오늘은 엄마가 보고 싶었어

10년이 다 가도록 이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동안의 감정은 다 가짜였던 것 같아

왜지

왜 오늘따라 그랬을까

영화 모임에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아서?

과식한 배가 아파서?

술을 마셨는데 생각보다 써서?

아니 이건 다 아니야


엄마 난 사실 엄마를 그리워한 적이 없어

그리워할 수 없었어

그리움이 날 파괴할 것 같았어

그리움의 감정이 내 몸을 채우다 채우다

내가 터져버려서 없어질 것 같았어

그렇게 없어지고 싶지 않았나 봐

정말 죽고 싶었는데 사실은 사라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살기 위해 나는 생각하지 않았어


엄마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꿈에서 엄마를 만났어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

잊은 줄 알았던 과거가 너무나 생생했어

그렇지 엄마 말투가 이랬지

표정이 이랬지

엄마 너무나 생생해서 나는 괴로웠다

왜 그랬어

내 기억의 조각 속에 왜 남아 있었어

다시는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아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는데

다시 아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엄마 그냥 우리 죽어서 만나자

나는 그리움을 안고 사는 것도

이렇게 마주치고 사는 것도 너무 괴로워

이럴 거면 두고 가지 말지

남은 사람들은 다 싫어

왜 엄마만 갔어

나는 엄마만 있으면 되는데


남은 삶을 내가 축복이라 여기고 살 수 있을까

그저 짧은 축제였으면 좋겠어


엄마 웃기지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엄마랑 조금만 닮은 사람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곤 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살아 돌아올 리가 없다는 걸 알아

그런데도 놀랐어 나는

대체 무얼 상상했던 걸까


이제 그런 일은 없어

살고 싶거든


엄마 다들 각자의 엄마를 품고 살더라

이모는 착했던 여동생 효숙이를

외삼촌은 안쓰러운 효숙이를

아빠는 미안한 효숙이를

각자의 효숙이가 최고로 애틋하다 여기며 살더라

나는 늘 거기서 빠져있었어


비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봐

그리고 오늘 그 오만함에 흠씬 두들겨 맞았지


새벽 비가 내리고 있어

나는 비 오는 날이 정말 너무 좋아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기쁜 날이 없었어


내일은 빗소리 들으면서

좀 행복하려고 해

그러니 행복을 빌어줘

다시는 쓰지 않을게

안녕










작가의 이전글 바지사장이 남긴 한마디 "입원한 김에 영원히 쉬시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