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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보라 Oct 20. 2021

바지사장이 남긴 한마디 "입원한 김에 영원히 쉬시게"

해고 노트 열 번째 페이지

열정적이고 유쾌했던, 작지만 강한 디자인 회사 대표님의 인터뷰를 마치고 곧장 테이블 재세팅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편의 인터뷰이 약속이 바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진 인터뷰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지만 강한 디자인 회사 대표님이시다. 

가성비에 대해 날카롭게 설파했던 대표님에게도 해고당한 노동자였던 과거가 있었다.


Q. 대표가 되기 전, 해고당하셨던 회사와 직무에 대해 소개해주실까요?

A. 네. 민망하네요 하하하하! 직원의 가성비를 외치던 저도 노동자였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 회사에는 12년 전쯤 한 6개월 정도 있었던 거 같아요. 거기서도 일단 기본적으로 논문 제작하는 곳이었어요. 접수부터 작업, 제본까지 했습니다.           


Q. 당시 회사와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나요?

A. 업무나 만족도 같은 것은 괜찮았어요. 이냥 저냥 나쁘지 않았죠. 그 전 회사에서는 직접 제본은 하지 않았는데, 그곳에서는 제본을 직접 하게 돼서 좋은 경험이 되겠다 생각했어요.    


Q.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던 회사에서 해고된 경위는 어떻게 되실까요?

A.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죠. 제본이 몰리는 시즌이 되어서 야근까지 불사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허리가   좋아요. 제본할  기계 높이가  맞아서 불편한 자세로 하게 되는  있어요. 2 이상 제본 작업이 지속되다 보니 무리가  것이죠.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게 되었어요. 3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았죠회사에 알리려고 전화했더니 사장님에게서 "그러면 편히 쉬게"라는 콩트에 나올법한 통보를 받았어요. 요즘에는 해고하기 한 달 전에 말해야 되고 그런 게 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Q. 죄송해요. 갑자기 편히 쉬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는데, 해고 당시 심정이 어떠셨어요? 많이 황당하셨을 것 같아요.

A. 내가 입원을 시켜달라고 병원에 떼쓴 것도 아니고 처방받은 대로 3일 입원한 건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사실 어이가 없었어요.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Q. 해고가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으시다면?

A. 해고된 후에 쉬고 있는데 거래처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보이던 사람이 안보이니까 궁금하셨나 봐요. 그래서 해고되어서 지금 쉬고 있다 말씀드리니, 자기 친구가 디자인 회사를 하고 있는데 거기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이직하고 거기서 관공서를 대상으로 많은 일도 따내고 경험도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 이렇게 관련된 일을 잘하고 있고요.           


Q. 해고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매우 부당했죠. 일하다가 허리가 더 안 좋아져서 3일 입원한다는 건데...

사장 입장에서는 나를 자르고 본인이 그 일을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장은 알고 보니 바지사장이더라고요. 일에 몇 프로를 떼어가는 그런 바지사장이요. 제 입장에선 부당했지만 그쪽 입장에서는 타당했을 수도 있겠네요.      


Q. 당시 조직에 대한 기여도와 퇴사로 인해 회사가 입었을 타격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A. 기여도라는 것은 사실은 내가  판단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그냥 반쪽짜리 판단이라고 보긴 하는데

직원이 많지도 않았었던 상황이고, 많은 일을 맡아서 하긴 했어요. 전체 일을 100으로 본다면 50~60% 이상 했다고 봐요. 그런데 그때의 그 바지사장이 내가 그렇게 까지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나를 해고했겠죠. 내가 없어도 바지사장이 그 일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을 해요. 입었을 타격을 굳이 따지자면 없어서 안될 정도의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쉽게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거라 생각을 해요.                

Q. 해고 이후 나와 회사의 모습 그리고 현재

A. 현재는 그 회사는 없어졌고, 저는 작지만 강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만족하며 살고 있고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계속적으로 목표를 향해 꿈꾸며 나아가고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Q. 근무했던 회사 동종업계의 해고 동향은 어떠한가요?

A. 사실 해고율이나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대학교 앞, 영세한 작은 업체들이 많은데 해고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많은 인력을 두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부분 고용할 테고, 그렇지 않으면 알바들을 쓰겠죠. 아마 업계에서 경력이 있고 그런 사람이라면 쉽게 해고를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을 해요.        


Q. 날 해고한 사장님한테 하고 싶은 말

A. 그 일을 생각을 해본 적이 있고,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해고당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황당했다는 기억만 있어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본다면, 내가 볼 때 그 사람은 오너로써, 혹은 경영자로써 배우고 싶은 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좀 얍삽이 스타일. 그렇게는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예요. 그 사람이 해온 거에 삶의 결과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먹고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얘, 세상이 네 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다 맞다고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겪었던 오너 중에 그런 사람은 없었어."                


Q. 날 해고한 회사의 동종업계에서 해고당한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두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첫 번째는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곱씹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이 나를 왜 잘랐을까 생각하면서 그 회사와 사람을 욕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부족했던 점, 오너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그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으로 말고 객관적으로요.  내 기준으로라도 그 오너가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내가 사장이라면, 그때 당시에 나를 객관적으로 나를 한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 내가 사장이라면 나를 왜 해고시켰을까..  그 부분은 내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잠깐 내 몸을 유체 이탈하듯이 밖에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를 떠올려 보았을 때, 나는 어떻게 일을 했고, 밥 먹고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곱씹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고당할 이유가 없다 생각된다면, 다음 회사에서 더 열심히 해야죠. 내가 왜 잘렸을지 어느 정도 생각을 해보면 분명 일정 부분 내가 정말 열심히 했나?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잘라?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만 10% 라도 나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단 다음 회사에서는 그마저의 원인도 없게 하는 게 나의 발전과 인생을 위해서 더 좋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풀 죽어있고 그러지 말고 차라리 ‘이런 썩을!! 내가 뭘 잘못했어!!!?’ 이런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최악의 경우는 ‘아.. 내가 그렇지 뭐.... 난 이런 데서도 잘리는데 내가 어디 가서 뭐하겠어.’

이런 거지 같고 병신 같은 생각을 할 거면 취업을 하면 안 돼요. 최악입니다. 생각만 해도 속 쓰립니다. 너무 가슴이 아픈 겁니다. 그렇게 생각이 든다면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발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런 삶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라이 같은 오너도 분명히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또라이 같은 오너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잖아요? 그런 사람 밑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분명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입만 살아있고, 아부만 해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약간의 오기 같은 게 생겨서 나중엔 내가 나간다고 했을 때 최소한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붙잡히는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어요. 다음 직장에서는 쉽게 잘리지 않는 사람, 회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해야 되지 않겠나. 내가 오너라면 나한테 월급을 얼마를 줄 것인가 내 가치를 판단해보고 스스로 점검하면서 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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