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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Oct 25. 2021

채식하면서 화가 많은 나

채식하면서 화가 많은 나. 


비건이거나 채식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모두 채식인일 거라는 생각과 왠지 침착하고 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나 또한 채식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남보다 더 친절해야 되고 상업적이지 않으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채식을 하면서도 여전히 폭발하고  질투심에 휩싸이고하며 불안해하고 의심한다. 오히려 부끄럽게도 내 지인들 중에는 채식을 하지 않는데도 나보다 인성이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나는 진짜 문제고 엉망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내 감정의 소용돌이의 진심은 완벽주의와 욕심에서 비롯된다. 비건을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동물성식품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동물성 식품보다 첨가제, 합성제, 팽챙제,인공유지등 가공식품을 더 혐오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채식,비건이라는 단어 자체는 너무 순수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당연히 이런 부분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 예를 들면 우유,계란,버터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비건베이킹이라는 문구에는 대신 마가린과 팜유를 사용한다는 말은 없다. 또 비건 쌀베이킹이라는 건강한 빵은 인스턴터이스트(생이스트 포함).합성제.글루텐함유 쌀가루를 이면에 담고 있을 수 있다. 우유,계란,버터는 오히려 가공 첨가제보다 훨씬 건강한 재료이다. 


이런 일이 요즘 비건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모두 언급하기 힘들지만 꽤 유명한 사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비건을 이용하고 있고 보란 듯이 잘나갈 때 나는 엄청나게 화가 만다. 고발하고 싶고 알리고 싶고 바로잡고 싶어 안달이 난다. 비건은 건강해야 한다는 내 신념은 어쩌면 선택을 폭을 넓혀주고 있는 채식문화에 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연이 주는 음식의 중요함과 확신으로 시작된 식단이 오히려 비 자연스러움 끝에 서버리는 아이러니에 나는 종종 분노한다.

 나의 두 번째 화는 우리가 하는 일은 예술이다는 소명에서 비롯된다. 나는 프리랜서이자 예술인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새롭고 창의적이면서 건강한 식문화를 개척하고 있고 언제나 고민하고 발전하려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한순간에 가차없이 무너지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종종 겪게 된다. 대게 그런 일은 힘겹게 만들어낸 레시피를 허무하게 도둑맞는 일들이다. 가령 수강생였던 사람이 수업 교재를 자신의 창작물인양 이름을 걸고 그럴 듯 하고 식상한 히스토리를 만들어 우리의 예술작품을 통째 훔치는 경우이다. 이 경우의 화는 상대방을 향한 분노겠지만 모든 것을 빼겼다는 허탈감과 자괴감 그리고 질투라는 복잡한 감정의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넣는다. 이 화가 건강에 꽤 치명적이라 두 번다시 겪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오는 화는 나를 좀더 진정성있고 꾸준한 채식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자연적이고 순수한 재료만을 이용하여 진짜 채식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늘 새롭게 변실할 수 있는 건강하고 재미있는 예술을 추구하는 꾸준한 채식 생존자로 살아갈 수 있게 인생이 나를 또 놀래킨다 (이제 그만 놀라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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