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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hoes Feb 21. 2024

음의 채도를 높이는 법

쌩초보의 피아노연습

어린 시절 피아노 배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나이들어서 피아노 칠 때 생기는 한 가지 단점(한 가지 뿐이겠냐마는)은 쓸데없이 눈이..아니 귀가 높아진 상태라서 단순히 곡을 ‘칠 수 있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곡을 틀리지 않게 제속도로 치는 건 기본이지만, 거기에 쿵쿵 웅웅 찍찍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거다. 어쩌면 이게 기본인지도?


특히 녹턴 9-2번은 화음이 깨끗하게 들리는게 중요하고도 어렵다는 걸 알았다. 2,3개의 음이 1개 음인 것처럼 들려야 한다. 완전히 동시에 눌러야 한다. 이게 안되면 소리가 질질 끄는 것처럼 지저분하게 들린다. 왼손 소리가 오른손 소리보다 작아야 한다고 해서 힘없이 치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


그런데 동시성을 지키면 이번에는 또 아코디언처럼 소리가 쾅쾅 웅웅거리게 된다 ㅠ 화음의 동시성이 깨지지 않으면서도 작고 부드럽고 치는게 정말 어렵다. 하긴 그게 쉬우면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은 왜 있겠니…


소리의 품질을 신경쓰면 소리는 나아지는데 이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전에 잘 치던 부분도 음을 막 틀리거나 속도가 떨어진다.


와중에 느리고 부드러운 곡을 칠 때는 중력을 느끼면서 아래로 지그시 누르라는 유튜브 강의가 도움이 되었다. 작고 감미로운 소리를 내려면 건반을 앞으로 쓸듯이 쳐보라는 조언도 있었는데 이것도 도움이 된다. 내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피아노 연습은 양질의 유튜브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애초에 이 분야가 대박 돈벌이 어그로와 거리가 멀다보니 역으로 고퀄이 유지되는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 더하서 나만의 이미지 트레이닝법을 고안해봤다.


왼손을 오른손보다 작게 치기 위해서 - 오른손과 왼손이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양쪽 볼륨이 다르게 조절된, 양손이 동기화된 자동인형이라고 생각해보자.


왼손 화음이 깨지지 않으면서도 소리 크기를 줄이고 부드럽게 치기 위해서 - 쉽게 쾅 치고 튕겨오르는 것이 아니라 반발력을 이기면서 지그시 누르는 느낌으로 쳐보자. 혹은 아래에서 반중력이 올라오고 그걸 차분하게 누른다고 생각해보자.


피아노를 친다기보다는 쓰다듬는다고 생각하니 확실히 좋아진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에 힘을 주고 지그시 누르듯 치면 소리가 맑으면서도 작아지는구나. 손가락이 건반에 닿아있는 시간을 늘려야 소리가 맑으면서도 작아진다. 그런데 또 너무 늘리면 화음이 깨지면서 소리가 질질 끌린다. 딱! 일정한 시간만 건반에 머물러야 한다.


힘없는 소리와 감미로운 소리는 다르다. 감미롭고 부드러우면서도 흐릿하지 않고 맑은 소리가 나야한다. 스타카토 부분은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나야하고, 표현을 풍부하게 쳐야하는 부분은 명료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한다.


덧 : 팔에 힘을 준다기보다는 팔의 무게로 건반을 누르는 것이라고 한다. 손이나 손가락에는 힘을 주면 안되고 팔의 무게로 내려가야 하지만, 어깨를 비롯해서 전체적으로 근육이 뻣뻣하면 안되고 부드러워야 한다고!(와…어렵다).


오늘의 연주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이분은 악보에 적힌 아티큘레이션을 거의 그대로 지키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전체 흐름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 연주를 듣다보니 곡에 끌려가는 것과 곡과 자유자재로 노니는 것의 차이를 알겠다. 악보를 따라가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악보란 것이 없는 것처럼 음들을 가볍게 띄워보내는 연주가 아름답다.


https://youtu.be/S8YhDR2fOUg?si=3_rmC85v53MBkD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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