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강풍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내린다던 예보 덕에 카페에 나가지 않고 천둥과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켰다. 어젯밤보다 만 시스터 액트를 보기 위해.
2. 시스터액트의 줄거리는 정말 쉽고 단순하다. 요즘 영화들은 한번 꼬고, 또 꼬아버려서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 저 주인공은 왜 저런 상황에 처한거야? 라는 의문이 자주 드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결말도 마음 편히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설마 여기서 주인공이 죽지는 않겠지? 더 큰 일을 당하지 않겠지?라는 긴장감은 많이 들지 않는다. 그저 성가대의 노래가 한곡이라도 더 나오기를 기다릴 뿐.
한줄거리: 살해위협을 받아 외진 수녀원으로 은신하게 된 들로리스와 수녀들의 왁자지껄 이야기.
시스터 액트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이런 제목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성당 안에서 이웃들을 위해 기도만 했던 수녀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꽤나 귀엽다.
수녀들도 밤에 시럽을 넣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고, 신나게 춤을 추며 웃고 떠들고 싶었던 하나의 피조물이었다. 성가대원 수녀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스스로의 목소리만 내는데 힘을 쏟아 수녀원장도 포기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답 없어 보이는 그들도 '들로리스'를 만난 후 변화하기 시작한다. 점점 진화하는 수녀들의 가창력 또한 볼만한 재밋거리다. 마치 이상해풀이 이상해씨가 되고 이상해꽃이 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성가대 지휘란 직책을 맡게 된 들로리스. 어마 무시한 성량을 가지고 있는 한 수녀에게 목소리를 조금 낮춰서 불러보세요.라고 하는 것은 들로리스의 교육 스타일이 아니다.
"성량이 엄청나시네요, 조금만 소리를 낮춰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모두 신께 닿고 싶어 하지만 목소리로 닿을 순 없잖아요?, 한 옥타브 낮춰서 불러주세요"
이렇게 칭찬-이해-부탁으로 이어지는 들로리스의 맞춤형 교육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의 교수님만큼이나 멋진 교육방식을 가진 "우리수녀가달라졌어요"의 들로리스 이야기다.
4. 하지만 들로리스의 수녀원 변화 운동은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9시가 되면 잠에 들어야 하고, 라스베이거스를 악의 도시라고 말하며 수녀원만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는 원장수녀. 그리고 호랑이굴이라 하여도 그곳에 들어가 호랑이들을 굽어 살펴야 한다 믿는 들로리스의 갈등. 들로리스의 음악이 세속적이고 홀리 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원장수녀는 자신을 찾는 곳을 위해 떠나고 싶어 하지만, 성 캐서린 수녀원을 절대 떠나지 못하는 원장수녀의 마음 변화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내가 정말 가톨릭 신자라면 아, 역시 하느님!이라고 소리를 질렀을 장면. 자신을 두 번이나 죽이려 한 남자에게, 경찰서로 연행되가는 걸 불러 세우고 "갓 블레스 유"라고 들로리스는 외친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는 없는 현대인이지만 그럼에도 한번 외쳐보련다. 갓 블레스 유
영화 초반,
들로리스는 목숨을 위협받아 하이힐을 신고 도망을 치고,
영화 후반,
들로리스는 목숨을 위협받아 수녀복을 입고 도망을 친다.
같은 도망, 다른 복장.
같은 도망, 다른 느낌.
들로리스의 옷이 반짝이 옷에서 수녀복으로 변하게 된 그 시간 동안 옷뿐만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 또한 변화하게 된 들로리스의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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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를 통해 은혜를 받고 변화하게 된 수녀들, 그리고 고리타분하기 그지없던 수녀원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한 들로리스의 귀여운 이야기. 누군가는 이 모든 일이 다 주님의 은총이라 설명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기도를 해야지만, 찬양을 불러야지만, 주님을 만나야지만 변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변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누군가의 신이고, 구원자가 될 수 있다.
몸이 들썩이게 만드는 노래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들썩 들썩이고 싶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기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
난 한 번도 쇼걸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난 언제나 스타였지!
자존감 높은 들로리스와 귀여운 수녀들의 천상의 하모니를 보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영화, 1992년 5월에 개봉되었던 시스터 액트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