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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Jul 07. 2022

왜 글을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글태기(권태기)는 아니었지만.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을 눌러봤습니다. (사실 친구  명만 물어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그런 보통의 글태기(권태기) 아니었고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시간이 없었습니다.  문장을 쓰고   스스로에게 화장실에  시간은 있고,   시간은 없냐고 물었는데, 글이랑 그거랑은 다르잖아?라는 대답을 했습죠. 그게 도대체  소리야? 싶으신가요? 저도 이게 무슨 글이 될지는 정말 감이  오네요. 환장.


지금 이 순간 브런치의 글쓰기 화면은,  마치 몇 년 만에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마주친 것처럼 어색해 미치겠습니다. 안녕? 잘 지냈어?라는 말조차 쉽게 나오지 않아 버벅거리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눈동자를 재빠르게 돌리는 그 숨 막히는 어색한 상황 같달까요. 너무나 새하얀 화면은 마치 "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럼 이제부터 구구절절 변명을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제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주중에는 파스타 공장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니트 컴퍼니 활동을 마친 뒤에는  연구원님의 제안을 받아 니트 청년의 신분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팀원들과 함께 플래너를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고, 8주간의 <애프터 이펙트> 수업은 끝이 났지만 곧바로 <시나리오 기초 강의반> 들어가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로 쓰던 에세이가 아닌 낯선 장르다 보니 걱정이 많았지만, 그 점이 제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 은 시나리오 상의 허구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저의 상황에 대한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그동안 글을 쓰기 힘들었네요. 는 사실 거짓말입니다.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습니다. 제게는 분명 글을 쓸 시간도, 여유도, 욕구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대로 쓰지 않았습니다. 더 잘 쓰고 싶어서, 이런 글을 글이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대충 쓰면 구독자가 이탈할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글 쓰는 것을, 발행하는 것을 비가 온다고 미루고, 날이 더워서 미루고, 손에 땀이 많이 나서 등등의 온갖 그럴싸한 핑계를 찾아가며 쓰지 않았습니다.


잠시 브런치와, 글과 짧은 이별을  셈이었죠. 하지만 헤어져보니 알겠더라고요. 이것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글을 쓰지 않고, 글을 멀리하니 오히려 글이 너무 쓰고 싶고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던  같아요. 파스타 면을 포장하면서도  소재를 찾았고, 금방 잊어버릴까 봐 위생복을 벗지도 않고 탈의실에 쭈그려 앉아 핸드폰에 메모를 하기도 했고요. 글을 너무 쓰기 싫을 때도 지만, 글을 너무 쓰고 싶을 때가 더욱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같습니다.


그리하여 하반기에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소원해졌던 글과 친해지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목을 당기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키보드 위에서 타닥타닥 움직이는 손의 감각에 집중하며 글을 써봅니다.


, 그나저나 이번 브런치  공모전에서는 특별상까지 포함하여 무려 50인을 뽑는 파격적인 변화가 있더라고요? 이제부터 공모전 준비 제대로 해서 이번에는 기필코 50인에 들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는 목요일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대상을 노려보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거짓말입니다만, 대상을 노려야 특별상의 발가락이라도 가질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어쩌다 어이없게도 대상을 타게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요.  거짓말 아님.


아무튼 이렇게  까놓고  말을  해보니 슬슬 브런치와 다시 친해진 느낌입니다. 재미있네요. 여기까지  써놓고도 이걸 브런치에 올려도 되는 글인 것인가,    검열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올려야 다음 주의 제가 다시 이곳에 글을 쓰러  테니까.. 이제 진짜로 발행 버튼을 누르러 가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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