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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Apr 28. 2022

SNS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브런치를 계속 쓰는 이유

나의 하루는 꼭 정돈되지 않은 채 늘어져있는 방 같다.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바쁘다.


인스타에는 부지런한 백수라는 캐릭터로 매일 1일 1툰을 올리고 있으며, 블로그에는 옛날 드라마, 영화를 다시 들춰내어 추억을 부르는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한 번은 <삼십 대 백수는 이렇게 삽니다> 주제로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으며, 브런치에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 내가 최소로 발행하는 콘텐츠는 15개인 것이다. 1년은 52주니까 매달 부지런한 나라면 624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니 으쓱 올라간 어깨가 천장을 뚫고 달나라라도 다녀올 판이다.



SNS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인스타,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에는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기에 글을 쓰는데 힘든 것은 하나도 없지만, 가끔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때는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라고 읊조렸던 가수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이대로 가도 될까, 계속해도 될까. 에 대한 확실한 답도 여전히 내리지 못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무언가가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 불안감을 덮다가도, 아니 그래도 셀프 브랜딩 시대라고 하는데 어떤 SNS에든 나를 잘 나타내는 공통된 주제로 운영을 해야 더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에 또 빠지곤 한다. 아 어쩌란 말이냐. 정말 이럴 때는 또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나 갖다가 장난하냐!라고 외치던 그 가수의 마음도 십분 이해되는 것이다.




브런치만 해도 그렇다.


벌려 놓은 매거진만 무려 9개나 된다. 시작은 잘하는데 마무리를 못 지어서 매거진의 문을 닫지 못한 채 매번 손님(독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결혼 글을 통해 들어온 분은 당연히 결혼 글을 자주 올리는 작가일 줄 알았는데 웬걸. 임영웅 얘기에, 아빠, 엄마, 그러다 시간을 거슬러 20대 때 주로 차였던 흑역사 연애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러다 갑자기 7년 전에 면접 봤던 얘기까지 하고 있는 이 사람을 무어라 생각할까. 도대체 이 사람은 뭔 글을 쓰는 사람인가. 이 산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하지 않을까. 흑흑



그런 의미에서 요즘 브런치에 글 쓰는 게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뭐 쓰지? 뭐 쓰지? 잘 때마다 코를 고려고 시동을 거는 남편을 깨워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냥 쓰고 싶은 거 써"라는 명쾌한 해답에도 어떻게 그렇게 무관심하게 말할 수 있냐며 서운하다고 호소하다가 아, 4년 차 부부가 말하는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볼까? 싶어서 몇 자 적다가도 34년 만에 두릅을 먹게 된 이야기가 당겨서 또 그걸 쓰다가, 두 글 모두 마무리는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창을 닫고 잠들었던 적이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브런치 자기소개에 <산만한 프리 라이터>라고 쓴 까닭도 그 때문이다. 산만하다, 산만해. 너도 언니처럼 앉은자리에서 책 하나를 다 읽어봐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여전히 앉은자리에서 책 한 권을 완독 하기란 쉽지 않다.


글쓰기도 그렇다. 너도 진득하니 한 주제에 대해서 꾸준히 글을 써봐, 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여전히 이러쿵저러쿵 이랬다가 저랬다가 산만한 글을 쓴다. 아직도 매거진을 닫지 못해 브런치 북을 완성하지 못한 채 독자님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앞으로도 쭈욱 이럴 테다.



생각해보면 산만하게 이 주제 저 주제를 넘나드는 것도 이 또한 나의 정체성 아닐까?


책을 위한 글쓰기를 한다면 이렇게 두서없이 쓰다가는 망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그럴 계획이 없으므로 이래도 되는 거 아닐까? 내가 뭐 브런치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깨달았다.) 일상 속에서 불쑥 불숙 튀어나오는 소재들을 잡아다가 맛있게 요리를 한 뒤 브런치에 내어 보이는 일. 그게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니까.


정돈되지 않은 방에 앉아 글을 썼더니 어질러졌던 마음이 각자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글을 쓴다는 어느 작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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