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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Mar 29. 2024

돈이 없다. 그래서 알바에 갔다!

돈을 벌었다. 참 재미있었다!

돈이 없다. 이상하다. 돈 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제일 이상하다. 왜냐하면,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않아 놓고 돈이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지. 돈이 없어? 그럼 벌면 된다. 근데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 그럼 알바를 해야지. 그래서 알바몬에 들어갔고, 알바를 구했다. 하하. 내일 9시까지 가야 한다. 일찍 일어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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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청한 알바는 (2주 단기) 주말알바였다. 일당 15만 원이라는 말에 후다닥 지원했는데, 가겠다고 하고 나서야 12시간 알바인 것을 알았다. 주말에 12시간씩 총 24시간 일해야 한다니.. 사실, 일찍 그 사실을 알았더래도 난 지원했을 거다. 왜냐? 돈이 없으니까.


주말에는 12시까지 잠만 자던 내가, 8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돈 벌러 갈 생각 하니까 동공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옷을 대충 주워 입고 도착한 알바장소는 으리으리한 건물 안에 있는 인쇄업체였다. 프린터는 100대.. 아르바이트생은 15명... 은 더 되어 보였다. 2인 1조가 되어서 각 팀당 프린터 20대를 책임지는 일을 하면 되는 거랬다. 우리가 뽑는 프린터물은 선거공보물이었다. 한 가지 새로웠던 점은, 기본 인쇄가 아닌 점자 인쇄물이라는 것! 태어나서 점자를 만져본 적도, 제대로 본 적도 없었는데 이곳에서 점자인쇄를 하게 됐다니! 돈 받고 새로운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은 정말 단순했다. 용지를 보급하고, 인쇄물이 다 나오면 착착 정리해서 상자에 넣어놓으면 끝..!인데 역시 세상 모든 일은 쉽지 않았다. 용지는 40분 간격으로 계속 넣어줘야 하지, 인쇄를 하다가 종이가 나오다 구겨져서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잽싸게 달려가 종이를 구출해줘야 하는 귀찮은 임무까지 주어졌다. 그뿐인가. 40분마다 밥 달라고 울어대는 프린터에게 넣을 종이를 미리 구비해두기도 해야 했다. 첫째 날이라 요령이 없던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진땀을 뺐다. 무엇보다, 1분도 쉬지 않는 프린터의 열기 속에서 기모맨투맨을 입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몇 주전까지 허리 아파서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녔던 때를 생각하면, 허리를 피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근데 힘들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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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이 됐다. 오늘은 8시 10분쯤 눈이 떠졌다. 일어나 보니 플리스를 반만 입고 있었다. 어제 자기 전에 벗고 자야지 했던 플리스를 반쯤 벗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 것이다. 나란 녀석. 아주 피곤했구나. 눕자마자 단잠에 빠져버린 내가 기특해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가자마자 출근카드를 찍고, 귀마개와 장갑을 챙겼다. 이 알바는 프린터 소음이 굉장하기 때문에 귀마개를 해야 했다.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향형 인간으로서 귀마개는 웰컴이다. 왜냐고요? 그 말은 즉, 너무너무 시끄러우니까 쓸데없이 서로 스몰토크하고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니까. 하하. 아무튼 고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 써보는 일회용 귀마개를 끼고 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화장실에 달려가 셀카를 찍었다. 멋지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빴다. 프린터 에러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늘 하던 것처럼 기계의 뒤통수를 쾅쾅 쳤다가, 전기코드를 뽑아버리는 응급처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몸을 더 많이 움직였고, 자연스레 몸은 더 피곤해졌다. 점심을 먹으며 생각했다. 어휴, 오늘이 일요일이까 다행이다. 다음 주만 하면 끝이네? 단기로 치고 빠지기. 내 주특기. 나는 나를 잘 활용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데?


오늘은 알바가 끝나자마자 버거킹으로 달려가 햄버거를 먹었다. 버거킹이 괜히 킹이 아니었다..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고? 돈도 벌고, 햄버거도 먹고 오늘은 정말 좋은 하루였다. 주말에 알바를 하니까,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다음 주말이 기다려진다.


- 다음 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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