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방황의 시작
어느 평범한 동아리 술자리
선배가 물었다.
"너는 계속 건축을 할 거니?"
"네 당연하죠!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네 믿어 주십시오 선배님!"
"ㅎㅎㅎ 한잔해~"
이 약속은 절대 깨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대학을 다니던 시기
우리 집은 유독 힘들었다.
나중에 철이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시골에 있는 고3 여동생을 뒷바라지하며
답을 찾을 수 없는 밤샘 작업이 끝이 없는
건축과 2학년을 마쳤다.
우리 집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김밥집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그 첫 도전에서
역시나 크게 실패를 경험했다.
이대로 군대로 도망칠 순 없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김밥집을 열었고
이를 악물고 김밥을 말았다.
먼 친척이 김밥집에 들렀다.
마침 이번에는 장사가 잘되던 터
"야 너 공부 안 하고 김밥 마는 게 더 성공하겠다!"
이를 악 물었다..
하루에 4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김밥집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밥집 본사는 이 명당을 뺏고 싶어 했다.
싸우지 못했다.
힘겨웠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건축을 했던 것이다.
포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성공을 이뤘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하지만 재밌고 끈질기게 건축을 해냈던 것이다.
그런데 설계사무소라는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건축을 할 수 없었다.
온갖 규제와 정책변경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치는 동료들..
하지만 박봉... 끝없는 야근..
이 모든 것들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렇게 방황이 시작 됐다.
20대에는 특히 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신념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늘, 미래는 불투명하다.
공부도 많이 했고
경험도 많이 했지만
늘
미래는 불투명하다.
불투명한 미래는 그래서,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진 조건이고
누구나, 언제나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불투명한 미래는 우리에게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투명한 미래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불안해 할 필요도, 흔들릴 필요도 없다.
이제 그 상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를 이용해 정답을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