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후유증 1
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무언가 글을 쓰고 나면 나는 해소감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막막했다. 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글이 읽히지도 않았다. 글을 읽는다는 것이 활자 그 자체를 읽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떤 글도 머리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마치 귀를 스쳐지나가는 말처럼 그렇게 글도 내 눈을 거쳐 휘발되었다.
나는 무감해졌음을 느꼈다. 글은 눈으로 읽는 것도, 머리로 읽는 것도 아니었다. 글은 마음으로 읽는 것이었다. 마음이 평온하고 잔잔하고 무탈하고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있는 어떤 ‘여력‘이 있어야 했다. 마음이 시끄럽고 불안정하고 허무하거나 허탈하고 우울하고 갑갑한 상태에선 글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어떤 글에도 동화될 수 없었고 마음으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글이 써지지도 않았다.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커서만 깜빡 깜빡 깜빡일 뿐, 어떤 글도 쓸 수 없었다. 나는 울고싶어졌다. 마음을 토해낼 수 없는 갑갑함은 마치 할 말이 있는데 말을 할 수 없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마치 부유하는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을 조합하지 못하고 흘려보내야 했다.
절필 기간은 근 일년을 채웠다. 나는 그렇게 갑갑함을 느끼며, 좌절감 또한 느끼며 이 시간을 지나왔다. 쓰고 싶은 글이 생겼다. 내 마음을, 내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다. 그렇게 내 마음의 공간들을 내 글로 채워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