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팁을 받지 않는 식당의 이야기
세스 고딘(Seth Godin)의 책 “마케팅이다(This is Marketing)”에 보면 미국에서 팁을 주지 않는 식당 “유니언 스퀘어 카페 (Union Square Caf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식당은 2016년에 팁을 없앤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팁이 없는 식당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다. 직원들은 시급을 받고, 팁을 통해서 그들의 임금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의 입장에서는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능하면 많은 팁을 받는 것을 원한다.
나도 미국의 식당에 가면 어떤 식당에서는 직원이 수시로 와서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묻고, 말하지 않아도 음료를 채워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팁을 더 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식당에서는 직원이 거의 손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되면 기본적인 팁만 주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어디에 가든지 서비스를 받는 곳에서는 팁을 준다. 요즘에는 서비스를 받지 않는 곳에서 조차 팁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서, 미국인들 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곳도 있을 지경이다. 식당의 경우 미국에서는 직원이 테이블까지 음식이나 음료를 가져다주는 경우 팁을 주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에는 커피숍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자신이 그 음료를 가져가는 셀프 주문의 경우에도 계산 전에 신용카드 기계에 팁을 줄 것인가를 묻는 화면이 뜨기 때문에 그런 팁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은 식당에 가면 많은 팁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음식값에서 15%-20%를 팁으로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사람은 그 이상으로 팁을 준다. 얼마 전에 SNS를 통해서 소개된 내용을 보니,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봉사한 사람에게 300 달러를 팁으로 주었다는 것을 보았다. 자신에게 봉사를 하는 직원이 힘이 없어 보여, 그날 그 직원에게 용기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식대와는 별도로, 그 직원에게 300달러를 팁으로 주었다는 것이다. 그 팁을 받은 식당의 직원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너그러운 손길을 펼친다는 것,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한 것이다. 이와 같이 팁을 주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이 특별한 손님이며,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인정의 보상을 받는다. 팁은 직원이 받지만, 팁을 너그럽게 주는 자신은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보상을 받는 셈이다. 그런 손님의 경우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해 줄 수 있는기회를 뺏기는 것은 별로 기쁜 일이 아니다. 자신이 너그럽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것이기 때문이다.
유니언 스퀘어 카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왜 이 식당에서는 팁을 받지 않는 것일까? 팁을 받지 않으면, 직원들이 작은 월급에 불만이 없을까? 그러나 이 회사의 정책을 자세히 보면, 이 식당은 팁을 받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팁을 다른 형태로 바꾸었다. 이 식당에서는 팁을 없애는 대신에 일제히 메뉴의 가격을 20%를 올렸다. 그리고 그 돈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며, 직원들의 복지에 사용했다. 그래서 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팁은 받지 않지만, 더 높은 월급과 복지 혜택을 받게 되었다.
유니언 스퀘어 카페가 팁을 없앤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식당의 변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식당에서 팁의 많고 적음보다는 자신에게 봉사를 해주는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식당이 모든 직원들에게 공정하게 대한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식당의 정책에 대하여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이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이 식당의 팁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럴 때 그들은 자연스럽게 "공정의 의미", "소득의 불균형" 등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이 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단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미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하여 정책을 이야기하는 곳이 되고, 그런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이 식당의 팬이 되고 단골이 되는 것이다. 이 식당은 이제 식사를 하는 곳에서 넘어서서 사람들에게 공정한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되었다.
세스 고딘은 “소수의 사람에 집중”하라는 말을 한다. 어차피 불특정의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고객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그 물건의 금액이 저렴한가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그 물건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을 때는 금액이 높더라도 기꺼이 그 금액을 지불하려고 한다. 식당의 정책에 동의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단골이 늘어날 때, 그 식당은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