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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은희 Jun 06. 2019

스물다섯 , 나 홀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EP.01_떠나게 된 이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다. 질문도 대답도 모두 미소 짓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 같다. 내가 호주로 떠나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이 질문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남들 시선으로 얼룩진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고 정말 나만의 행복을 온전히 가지기에도 용기가 모자란 사람이었다. 전문대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을 하고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게 내가 없었다. 삶의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던 그때 호주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무작정 호주로 떠나온다고 해서 행복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환경이 나 자신을 알아서 찾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간과하고 있었던 나와의 거리는 소망하던 것을 하나하나 이루면서 가까워진다. 예를 들면 별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별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거나 잔에 담긴 데낄라처럼 타들어가는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가슴에서 무엇을 느끼거나 처음 살아보는 환경에서 이것저것을 해보다가 문득 재미를 느낀 순간들. 

이런 것들이 내 오랜 세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한다.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고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며 내일이 기대된다. 이 모든 게 나로 인해 일어난다는 놀라운 기적이 담겨있다. 



호주는 나에게 평범한 기적을 가져다주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으며 감사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낡은 이층 침대 구석에 앉아 켜지지 않는 핸드폰을 한 손에 쥐고 세상이 끝날 것처럼 울기도 했다. 그렇게 자유롭게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구분 지어갔다. 




나의 소중한 청춘. 호주에서의 찬란한 이십 대를 기억하려고 적는다. 혹은 나와 같은 이십 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서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진실과 거짓,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사랑했던 순간들, 나를 아프게 만들었지만 잊지 못할 순간들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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