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면 깨끗하지. 사는데 지장 없지.'
생각했을 것 같은 집이다.
오늘 당신이 들린 다는 소식에 청소를 하고, 밥을 먹을 책상을 빼고, 급하게 요리를 한다.
이전부터 눈여겨보아 두었던 닭요리를 해봐야겠다.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받은 게 분명해 보이는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맛이 없게 되었을 때 당신의 감정에 불러 올 역효과를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있느라 무뎌진 현실 감각이, 눈이 번쩍 뜨이면서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마음의 진실한 기도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지금과는 달리, 이전에 내 마음은 홀로 자주 공상의 세계를 날아다녔던 것 같다. 외국에 나가 일을 해볼 생각도 하고, 그게 아니면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들에 빠지거나, 그 어떠한 것이든지 나의 생각을 완전히 사로잡을 그 어떠한 흥미를 계속해서 찾고, 구했었다. 그러는 한 편, 현실의 변화 없는 모습에 불안한 생각을 자주 하기도 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했을까?
그 모든 시간이, 생각이, 오늘날의 당신이 때때로
정신 똑디 차려!
하며 내뱉는 현실의 사자후 앞에 연기처럼 날아가 버릴 것들이 아니었나를 생각한다.
이제 당신이 오기까지 15분도 남지 않았다.
정류장까지 마중 나갈 걸 계산하면 10분도 안 남았다.
'급하게 한 닭은 제대로 된 게 맞을까?'
닭가슴살을 조금 뜯어먹어보는데, 맛이 좋다!
'그래, 이 정도면 오늘 당신에게 적어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겠다!'
는 확신이 들며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애초 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일까?
평소 당신은 내 작은 준비에도 너무도 행복해한다.
오늘도 그럴 것이 벌써 머리에 그려지며 행복 회로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당신은 매사에 꼬여있는 나와는 달리, 금방 풀어지고 작은데 감사할 줄 안다.
혼자 있을 때 나는 매사에 '세상의 1인분' 역할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움츠러들었다.
지금도 능력은 비슷하다.
그런데 이제는 당신을 위해 2인분을 하고 싶다.
아니, 그런 흉내라도 내고 싶다. 결과가 1인분도 안될지라도, 그걸 너무도 행복하게 받아 들고,
어금니가 보일 때까지 웃으며 깔깔거리는 당신을 볼 수 있어 막연하게 생기던 두려움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