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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Jul 26. 2021

친구 권과 박


 권은  친구들 중에 가장 철이 없다고 생각되는 친구이다. 어쩜 이렇게 철이 없을까 싶다가도, 해맑은  친구를 보면 나도  친구처럼 세상만사를 복잡하게 생각  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권이 이걸 읽으면 발끈할 테지만, 권은  따위 읽지 않으니, . 여기서 정말 재밌는   권이라는 친구가 나를 본인보다  철이 없다고 여기는  있다. 애늙은이, 어른스럽다, 철이 일찍 들었네, 같은 소리를 꽤나 자주 들으며 사는 나인데, 내가 가장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역으로 이런 취급을 받으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행복하다. 우리는 속된 말로 개념이 없던 고등학교 시절에 만나 친해졌고 함께 개념 없는 짓을 많이도 저질렀다. 어쩜 그리 어렸을까 싶다가도  삶에 언제  그리 말하고 행동할까 싶은 그런 날들을 함께 보냈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도 나는  친구를 만나면 현재를 잊고 그때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된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도 모르던 그때  시절로.  벗어남이 나에겐 너무나  행복이다. 나는 어느새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사람이 되었는데 권만 만나면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고, 이것저것 재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람이 되는 , 정말로 너무나 좋다. 자주 그러면 굉장히 곤란해지겠지만….

 박은 권의 중학교부터 이어진 친구 무리 중에 하나인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에게 배타적이지 않아 다른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친해질  있었다. 박은 권과 달리 무게가 잡혀있고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있는  없는 남자인 친구 중에 하나인데,  박이라는 친구는 뭐랄까,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달까,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달까, 여러모로 괴리감이 있어, 보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랄까, 안타까운 마음이랄까,  이런 감정을 일게 만드는 친구이다. 내가 그럴 처지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박은  글을 종종 읽으니 여기까지만 써야지. (보고 있나, ? 내게 빌려간 책을 돌려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얼마 전 이 둘과 집이 빈 틈을 타 오랜만에 만나 술을 한잔 했다. 만나기도 전부터 되도 않는 소리를 뻘하게 나불거리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웃음이 계속 삐져나왔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도착한 (꼴랑) 1시간가량의 웨이트를 마친 홀쭉이와 퉁퉁이는 오자마자 너는 똥을 싸라 나는 옆에서 샤워를 할 테니, 개소리 말고 내가 먼저 똥을 쌀 테니 너는 그 후에 샤워를 해라, 하며 또 티격거리더니 결국 같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대체 이놈들은 시간 개념이라는 게 있는지,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하고, 사회생활은 어찌하는지 궁금도 하고 걱정이 될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조금 짜증은 냈지만.

 권과 나는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말과 행동이 뭔지 알고 있어서, 이걸 무기 삼아 공격과 방어를 하는데, 그게 너무 어이가 없고 웃겨서, 그게 너무 싫으면서 좋아서, 웃음이 끊이지가 않았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웃다가 눈물이 났다. 대체 얼마 만에 웃다가 눈물을 흘려보는지, 대체 왜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월 2일, 첫 등교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점심시간에 내 옆에 앉으며 “여기 앉아도 되냐?”, “어”, “나 오늘 생일인데.”, “어… 근데?”로 시작된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도 꿈에도 몰랐지만.


 나는 이 두 친구를 마중하며, 이 친구들이 앞으로도 쭉 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처럼 내가 삶이 너무 벅차서 괴로울 때 그걸 잊은 채 웃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고맙다고, 내가 태어나 가장 많이 울었던 날에도 정말 고마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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