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쉬 Jul 15. 2024

빨간불에 멈추지 않은 날

나의 우울증(feat.공황, 불면증, 불안장애...) 치료기 - 1

졸업과 취업으로 경제적 독립을 하게 되며 내 우울증은 나아간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출근길에 눈물이 흘렀고, 그날부터 출근 전 챙기는 물건에는 손수건이 추가됐다.

사실 그때도 일이 힘든가 보다... 싶었지 병원 갈 생각은 못했다. 왜냐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약국에 가서 과로라고 설명하며 조합해 주신 것들을 먹으며 자주 야근을 했고, 바쁜 게 나아지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와이앰아이쿠라잉..에브리데이...


출근길의 눈물은 시작에 불과했다.

씻고 누우면 유튜브나 인스타를 스크롤할 힘도 없었다.

그땐 이미 불면증임을 확신할 정도였기에 잠도 들지 않았다.

노래도 듣고 싶지 않아 탁상등만 켜둔 방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까만 천장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턴 매일 눈물이 나왔다.


한 달 정도를 아침과 밤에 울었다. 아침엔 참아보려 눈화장을 했으나 그냥 번진 채로 출근했다.

와중에도 회사에서는 울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일하다 울었다. 사실 그 순간에도 소리 내고 울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일했다. 그땐 왜 우는지도 몰랐기에 뭘 추스른 건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6월이었다.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9시 이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 늘 지나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나는 분명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발은 건너고 있었다. 못 본 게 아니라 분명히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미 발을 내디딘 상태였다. 사거리와 버스정류장을 지나 곧 있는 곳이었고 퇴근길이면 늘 차가 빠르게, 많이 달리는 곳이었다. 조금만 더 걸었으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다. 정신을 차린 것도 눈앞에 버스가 빠르게 지나가서였다.


방금 죽을뻔한 건가?

그런데 왜 그만둔 거지?


그 순간 든 생각이었다.

이미 죽고 싶다는 생각은 내 매일과 함께했기에 전자는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자는 이상했다. 

절호의 찬스였고 심지어 스스로 해내고 있었는데 하필 그 순간 정신을 차려 주춤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의 흐름이지만 당시엔 이게 당연했다.


그날 밤은 특히 많이 운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정말 죽고 싶은가? 사실은 죽고 싶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계속 나왔다. 너무 울어 힘도 수분도 없어 울음이 멈출 즈음엔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까지 오고도 결국에는 죽고 싶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니 어이없어서 웃었던 것 같다.


다음날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신과 진료예약을 했다.

27살이었고, 여름이었다...(그냥 쓰고싶었음)


투비컨티뉴드

작가의 이전글 프리랜서 디자이너, 사업자를 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