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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쉬 Jul 15. 2024

정신과 벽에 성경글귀가 있다면

나의 우울증(feat.공황, 불면증, 불안장애...) 치료기 - 2

출근 전 집에서 전화를 했고, 바로 다음날 진료예약이 잡혔다.

솔직히 이때 엥? 했다. 서울에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병원들은 보통 이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걸 따질 정신머리가 아니었기에 빨리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출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아가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스테이...


병원에 들어갔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정말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6월 말이었기에 이미 더웠지만 에어컨은 켜져있지 않았고, 꿉꿉했다. 

그리고 벽 한쪽에는 성경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가 다를 수 있으나, 나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비의 쇼파에 앉으니 종교책자와 관련하여 원장선생님이 직접 쓰신 책이 보였다.

이때도 엥?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나는 이미 반년 이상 수면부족이었고 최근 두 달은 더 심해졌다. 그마저 매일 아침저녁으로 울었기에 고민할 체력도 없었다.


진료를 보았고, 검사를 했다.

벡 불안척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점수는 50점대였다(63점 만점)

검사결과를 보고 면담을 한 후 약을 받았는데, 이상하게 이 병원에서의 진료는 기억에 없다.

그냥 이날 약을 들고 나와서 

이랬던 기억만큼은 확실하다...


이곳에서의 진료가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어떤 몇 문장들은 말하는 얼굴마저 떠오를 정도인데

"왜 괜찮으면서 이렇게 우울해할까?" (3번 갔는데 3번 이상 들음)

"본인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와 같은 말이다.

사실 두 번째 말은 정말 가족이 해도 그런 말 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는데, 정신과에서까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저 말을 들은날 다른 병원에 예약전화를 바로 했다.


예약전화를 했던 날을 아직도 기억난다. 왜 어떤 날들은 공기마저 기억이 나는 건지.

당시 유연근무제였기에 아침 9시 30분에 병원을 가서 10시 전에 바로 옆 스타벅스에 가서 앉아 울며 두 번째로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집에서 가까워야 해, 하지만 리뷰가 너무 없어선 안돼, 내부가 너무 낡아도 안돼(당시 다니던 병원에서 잠시 가진 당시의 편견),,, 이런 걸 혼자 중얼거리며 찾은 병원은 다다음 주 금요일에나 아침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월요일이었다.

에어컨 바람에 눈물이 말라붙어 눈이 따끔거렸다. 전화하며 얼음이 녹은 커피는 차가웠다.

식은땀이 날아갔다.


두번 더 기존 병원에 가야만 했고, 3번째이자 마지막 진료 때는 그냥 빨리 약이나 받자는 마음으로 갔던 것 같다. 위에 적은 매주 하던 말 들은 거 말고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음 글은 그렇게 옮긴, 지금까지 다닌 병원의 첫날에 대해 쓸 것 같다.


이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적어둔다면,

종교색을 강하게 띠는 병원은 같은 종교를 가진 이에게는 정말 잘 맞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아주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내 생각이다) 종교적인 방향으로 치료를 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장소를 가는 게 낫지 않을지...


나의 단 한 번의 경험을 나열하듯 쓰자면

내가 특성 종교에 갖고 있는 이미지와 아주 동일한 의견을 가진 원장님이셨고, 그렇기에 매우 보수적이고 보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진료를 보시는 듯했다. 상대적인 것에 대해 많이 강조하였으며(위 언급한 괜찮으면서 이렇게 우울해할까 와 같은 말) 말의 뉘앙스까지 합쳐져 전반적으로 나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3주간 취하셨다. 

최대한 건조하게 사실만 썼다.

그리고 후에 찾아보니 종교색이 강한 정신과는 다들 전반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들 조심하도록 해~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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