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쉬 Jul 15. 2024

아니다 싶을 때 빨리 바꾸자

나의 우울증(feat.공황, 불면증, 불안장애...) 치료기 - 3

기존 병원을 3주 다니고 새로운 병원을 갔다.


새로운 병원에선 검사를 이것저것 많이 했다. 이런 거에 충격 먹으면 안 되는데... 기존 병원과 너무 달라 (긍정적으로) 놀랬던 듯하다. 벡 불안척도와 CES-D검사(아마도)를 했고, 자율신경검사를 했다. 손가락과 발목? 과 같은 신체부위를 두세 군데 정도 커다란 집게로 집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간단한 검사였다.

커다란 집게


분명 간단했는데... 나는 몇 번이나 검사에 실패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걸어오느라 그런 건가 싶어 쉬고 다시 해도 실패해서 설문지 두 개를 다 한 후에 몇 번을 하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사결과는 벡 불안척도와 CES-D는 모두 최고점에 가까웠고, 자율신경검사는 '이 정도면 24시간 긴장상태에 있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모두 심각한 결과였다. 자율신경검사는 좀 신기했는데, 설문 형태의 검사는 '이걸 선택하면 당연히 고득점이 나올 것 같은데, 아무튼 진실되게 답해야 하니까...'라며 해서 스스로 진정성을 의심했는데 자율신경검사는 기계가 해주다 보니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스스로 내가 뭐라고 이렇게 힘들어하나- 와 같은 자기 검열을 심하게 했는데 기계가 인정해 주니 나도 인정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주간 먹은 약을 매주 찍어두었고, 그걸 리스트업 하고 매주 어떤 증상 때문에 약을 추가했는지 등을 함께 써서 들고 갔었다. 적은 데이터는 삭제한 듯 하지만 사진은 아직 남아있었다(땡스투 아이폰사진첩-21000장 초과)

이름이나 약 정보가 상세하게 나와있어 모자이크 처리

이쯤 네이버블로그 블챌일기 프로모션 중이어서 기록해 두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없다.


아무튼 저렇게 정리해 가서 꼼꼼하다는 말을 들었고...

약은 3주간 먹은 것을 바탕으로 부작용과 개선상태를 듣고 조절해 주셨다. 항우울제는 동일하게 갔는데 이전 병원에선 물어봐주지 않던 것들을 많이 물어봐주셔서 추가로 약을 조절해 주셨다. (공황, 불안장애, 강박 같은 것들을 전 병원에선 말하지 않았는데 현 병원에서는 신경검사를 바탕으로 먼저 언급해 주셔서 말했던 것으로 기억... 전 병원...^^... 정말...)


아무튼 이날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왜냐면 티슈를 내 앞으로 끌어다 주신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었겠다는 말을 해주셔서 눈물이 막 났다.

나를 평생 본 엄마도(지금은 나아졌지만) 내 우울증을 부정했는데, 이 사람은 직업이라지만 이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나? 나는 이런 걸 바랐구나-이런 생각을 했다.


병원은 에어컨이 틀어져 시원했고, 다들 친절했다.

진료를 보고 나온 후 로비에 앉아 이번 병원치료만큼은 절대 마음대로 그만두지 말아야지, 이번에는 뭐가 되었던 끝까지 가봐야지 생각했다.


나는 이미 대학생 때 정신과를 다닌 적 있다. 길게 다니진 않았고 3개월 정도 다녔다. 

스스로가 우울증인건 대학생 때 확신했고, 중고등 시절에도 의심은 하고 있었다. 대학 도서관에서 정신의학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며 확신했다. 

수면장애가 고3부터 있었는데 21살 여름에 이틀이상 뜬눈으로 지새운 적이 있다. 하루 밤새는 거야 과제하면서도 가끔 했으니 별생각 없었는데 이틀은 자의가 아니었다.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눈앞이 뿌옅고 눈꺼풀이 따끔거릴 정도로 피곤했는데도 잠은 들지 않았다. 총 세 번의 일출을 침대에 누워서 봤다. 지방 소재지의 대학에 재학 중이었기에 서울보다 예약이 쉬웠고, 빠르게 불면증을 중점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시작했다.

계속했으면 좋았겠지만 본가에 내려가 부모님과 지내던 중 피부과에 엄마와 함께 방문했고, 접수 중 먹고 있는 약이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숙여 답했고 그렇게 엄마가 정신과를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이 싸웠다. 아직도 그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엄마 : 너 때문에 내가 정신병 걸리겠다.


*저런 말하지 마십쇼. 저런 말하실 거면 진심 조용히 정신과 한번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그냥 아무 말 안 해주는 게 저런 말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진짜로.

저는 저 말을 몇 년에 걸쳐 참 여러 번 들었는데요, 영원히 떠오를 것 같아요.


그럼 병원을 가라고 하니 그건 싫다 하셨다. 가족이지만 지금도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다. 평생 못하겠지?

그날 이후로도 많이 싸웠다. 전화로도 몇 번을 싸웠는지.

어느 날 그게 지겨워 병원을 안 갔다. 당시에 불면증은 매일 잠들 정도로 나아져 있었기에 생존에는 지장이 없었기에, 싸움을 회피하고자 그렇게 끝냈다. 그 후 나는 엄마와 더 크게 싸웠고 꽤 오랜 기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대학교 4학년때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심리상담을 몇 회 하기도 했다.

지금은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크게 싸운 뒤로 어느 정도 포기(?)해주시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여러 가지를 이해하시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여성의 흡연 같은 것들. 엄마에게는 세상이 뒤집혀도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일이지만 주변에서 많이 보이기에 이해하기보단 인정하신 것 같다. 그런 척 해도 별 수 없다. 계속 그런 척해주시기를 바란다.


엄마와의 갈등(우울증 한정)은 나중에 따로 글 하나를 쓰고 싶다.

아무튼 그렇게 새로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2년을 다닐 줄은 나도 몰랐지...


투비컨티뉴드,,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벽에 성경글귀가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