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상] 매년 익숙해지지 않는 레슨 할 때마다의 감정
싸늘하다.
유독 올해의 가을은 하루아침에 온 것만 같아 체감도가 높은 것 같다. 이 싸늘해진 공기는 고3 입시생들에게는 유독 날카롭게 다가오겠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계절이니깐.
나는 예술학교를 준비하는 입시생 레슨을 종종 한다. 오늘도 입시 긴장감에 더 추위를 느끼는 듯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학생들을 레슨하고 돌아왔다.
# 예술을 가르친다는 것
학교의 정규과목과 달리, 예술이란 것은 정답이 없기에 명료하게 가르칠 수도 없고, 오히려 학생들이 더 나은, 더 훌륭한 해석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다.
짧게 보았을 때는 대학 진학 정도로만 알려주면 되지 하지만, 한 명의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시작점에서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면 그 무게감이 어마어마해진다. 또한 학생마다의 개성과 능력이 다 다르다 보니 제각각 맞춰야 해서 가르치는 데 있어서 기준점이 없다. 그래서 학생을 대할 때마다 많이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알려주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 선생이란 것
학생들의 레슨을 하고 나면 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뭐 그런 것이 아닌 선생인 ‘척’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서이다.
공부는 혼자 버티고 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지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선생은 학생들의 버팀목 같은 것이다.
힘들어서 혹은 몰라서 헤맬 때 묻고 다시 길을 찾아나갈 수 있게 하는 그런 버팀목. 그렇기에 선생이 지치고 힘이 빠지면 학생은 기댈 곳이 없어지고, 선생이 흔들리면 학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생 앞에서 단단한 ‘척’을 해야 하는 것이다.
# 학생은 떠난다.
이런 생각과 고민들을 가지고 학생들과 보낸 시간들이 쌓이고 이제 좀 알 것 같을 때면 학생들은 떠날 시간이 온다. 더 크고 깊은 곳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버린다. 난 이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비단 나의 직업이 선생님으로만 국한되지 않기에 이러한 아쉬움을 내 감정 전부라 할 순 없지만
이 맘 때가 되면 학생들을 곧 보내야 함에 먹먹해진다. 그리고 벌써 그립기도 하다.
# 소망이라면,
학생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욕심이며,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기억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이렇게 스치고 지나는 관계이지만 이왕 스치는 것 학생들에게 기분 좋은 스침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준비한 역량과 열심히 공부해 온 것을 잘 해내어 자신이 목표한 학교에 가길, 더 나아가서 앞으로 좋은 예술가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