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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n Oct 22. 2021

지금 이 순간의 전통예술은.

[예술 단상] jtbc 풍류대장에 대한 단상

“전통, 요즘 가장 핫한 예술 장르이지 않아요?”

 요즘 한창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보고 하는 소리지 싶었다.      

“근데 판소리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힘든가요? 그래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술장르 아닌가요?”

비단 판소리 하는 사람뿐이겠는가. 이 시국에 힘든 예술인이...

비단 국가가 전통예술만을 지원하는 것은 아닐진대 유난스럽게 전통예술만을 지원한다고 여기는 것은 ‘전통’이 붙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전통예술인은 삶의 무게를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예술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로, 옛 선조들의 삶과 감정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에 얌전히 두면 보호되는, 마치 고려백자와 같은 유형의 예술작품과 달리 공연예술의 경우 무형의 유산이기에 보존, 계승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전쟁 등의 사건을 통해 단절의 역사가 있었기에.      


 “1962년, 전통예술은”

 역사적·예술적·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무형의 문화유산 중, 현대 문명의 영향으로 소멸되거나 변질될 위험성으로부터 이를 보호하고 그 본래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전승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형문화재 제도가 제정되었다. 이러한 국가의 노력으로 단절된 전통예술이 멸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예술은 이제 보존, 보호되어야 하는 성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2021년, 전통예술은”

 더 이상 멸종과 단절을 걱정해야 하는 예술도, 보존과 보호 속의 박제되어야 하는 예술도 아니다. 하지만 그간의 전통에게 부여한 성격으로 인하여 전통을 과거에 가둔 채로 예술을 이해하면서도 동시대의 여느 장르와 다름없이 동일한 예술 생태계 선상에 놓아두었다. 이러한 모순 속 전통예술은 그리고 전통예술가는 지금 어디에 위치되고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질문의 답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전통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예술의 역할과 장르적 성격에 집중하면 의외로 명료할 수 있다.      




# 전통은 연속성을 필수로 하지 않는다.

광의로는 과거부터 전해진  문화유산 (文化遺産)을 말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파악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중략) 전통은 같은 문화유산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생활에서 볼 때 어떤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기초로 하여 파악된 것을 말하며 반드시 연속성(連續性)을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두산백과 ‘전통’]


 이렇듯 사실 전통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연속성을 필수로 하지도 않으며 현재의 의견 반영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전통이 전통이기 위해서, 전통이 연속성을 가지고 후대까지 전승되기 위해서는 현재를 통과해야만 한다. 따라서 전통은 끊임없이 현대와 소통을 해야 하며 그 어떤 장르보다도 현대 대중에게 민감하고 예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 공연예술은 관객과 함께 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예술이다.

관객과의 소통이 곧 공연예술의 완성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예술의 관객은 옛 과거에 머물러 있고 현재에는 박제화하여 기능 전승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현대의 관객들과 함께 해야만 곧 공연예술이라 할 수 있다. 즉 전통예술은 현대의 관객의 감정과 공감을 얻어야 하는 필연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 결국 예술가는 예술로 이야기한다.

 예술은 기능적 역량을 기르고 뽐내는 것이 아니다. 연마한 기술을 통해서 끊임없는 창작과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예술 행위라고 할 때, 전통예술은 예로부터 전해온 예술적 기술을 바탕으로 창작과 창의적 작품을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예술가는 예술로 이야기한다. 그 장르가 무엇이 되었던 어떤 성격을 부여받고 있던지 간에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로써 표현하는 사람이다. 즉 대중가요를 단순히 커버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가로서의 예술관과 각 예술가만의 색채가 드러나는 작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론이 전통예술일 뿐인 것이다.      



   

 유독 전통예술은 모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통은 항상 현재에 있었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향한 연속성에 신경을 쏟는 예술이다. 연속성을 위해선 현재 이 순간 함께 숨을 쉬어야 하고 대중들의 공감이 있어야만 진정으로 미래로의 전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통예술 스스로 전통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전통예술인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둬두지 않을 때 비로소 전통은 전통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전통예술가는 예술가로서 현시대를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전통예술은 예술을 이야기해야 한다. 전통적 기술로 타 장르를 따라 하는 1회 적이고 단편적인 방송 무대를 위한 예술은 전통에도, 대중에게도 그리고 예술성으로 보았을 때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저 찰나와 같은 해프닝일 뿐이다. 실험적인 시도 속에서 전통은 시간을 쌓아 온 예술인만큼 그 깊이를 반영해야 한다. 또한 전통예술 만이 가진 예술성이 나타나야 비로소 발전적인 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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