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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교부금 쓰기

지원사업도 사업이다

by 이졍희
An artist is somebody who produces things that people don't need to have. — Andy Warhol



지원 사업은 지원 사업이고 생업은 생업

지원사업은 생계와 별개다. 지원금으로 지원자의 인건비를 거의 책정할 수 없기때문에 생업과 병행해야한다. 그래서 지원사업으로 너무 크고 진지한 작업을 기획하면 안될 것 같다. 아무리 전업 작가라도 생계비 충당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된다. 어쨌든 생업부터 해치우다보니 얼레벌레 사업기간의 절반이 지나가버렸다. 이쯤되면 교부금 타기 전에 사업포기서를 내고 생업 스케줄과 이미 잡혀있는 외주에 전념하는 것이 나을 듯 했다. 예산도 다시 짜야하고 3디 피규어 업체도 찾아야하고, 10월 첫째 주까지 5점의 그림도 그리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꺽이면 죽을 때 후회할 많고 많은 일들 중에 3, 4위는 될 것 같아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냥 가기로 했다. 최대한 요령껏 가자. 기간 사업 내에 진심을 다해 베스트를 뽑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기간 내에 러프하게 채우고 디테일은 이후에 계속 올리면 된다.


교부금 운영

최대한 잡음없이 교부금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짰다. 나는 벽화처럼 공동 작업도 아니고 주제도 별도의 취재나 연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 오직 작업용 재료비와 3디 피규어 제작비, 그리고 홍보용 포스터, 리플렛, 현수막 제작비로 소진하기로 했다. 평소에 비싸서 망설이던 붓과 물감, 왁구를 사고, 3디 피규어는 전문 작가를 찾아 가격과 스케줄을 조율했다. 100만원이 넘어가니 비교 견적서도 타 업체서 뽑고, 세금계산서가 발행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첫 그림이 나오면 홍보용 포스터, 현수막을 만들고, 나머지 그림들이 나오게 되면 리플렛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장바구니에 담고, 확정 견적서들을 받아서 제출했던대로 그대로 진행하고 캔버스가 도착하면 붓질을 하면 된다. 이렇게 나의 예술가 되기 프로젝트는 또 다시 납품일자에 맞춰 공장을 돌리는 마인드로 흘러간다.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내 일상에 영감이 있나? 그리고 한글파일은 관공서에서 일괄되게 쓰면서 왜 개인에게 오픈 소스을 제공하지 않는가? 이정도면 공공재로 돌려야 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이주일 넘게 틈틈이 최종사업계획서, 교부금 운영계획서, 견적서 및 미술재료 장바구니에 담기, 통장 정리, 체크카드 발급을 해치워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교부금을 받았다.



8월에 할 일

-피규어 제작 계약서 작성/선금 입금/증빙자료

-캔버스 50호, 20호, 10호, 5호 구매/증빙자료

-물감/브러쉬/지류 구매/증빙자료

-5점 썸네일 스케치

-방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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