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를 상징하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금발, 성정체성, 사진, 특이한 구도, 색감, 수영장 등등 떠오르는 게 많다. 원래 흑발이었던 호크니는 친구들과 탈색제 광고를 보고 바로 사용해 본 뒤 계속 금발을 유지했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 북부 브래드 포드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그는 수영장에 비친 빛에 관심이 많았다. 그로 인해 태어난 수영장 그림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또한 호크니는 사진 찍는 걸 매우 좋아해서 항상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 자연 등을 다각도로 많이 찍은 후 그것을 조합해서 자신이 원하는 각도로 만들었는데 이 방식을 포토 콜라주라고 한다. 그는 이 작업을 "joiners"라고 불렀다. 호크니는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전체가 아닌 단편적으로)을 현실로 보여주고,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중간에 잠깐 결과물로서 포토 콜라주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림만이 가진 표현의 자유성을 사랑했기에 회화 작업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가 회화를 그려내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쓴 이유는 그가 원근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원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각도, 관람객을 중심으로 한 원근법의 방식의 화면을 구성으로 나타났다.
그는 디지털이 없던 세대의 사람이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문명의 이기들을 잘 활용했다. 카메라, 복사기,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미디어 전시까지. 또한 무대디자인, BMW 아트 카처럼 디자인 분야의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 시절 '픽처'라고 불렸던 영화 보기를 좋아했고, 오페라를 좋아해서 수차례 무대 디자인까지 했지만 40대쯤부터 청력이 나빠진 이후에는 슬픈 감정을 느끼며 나오는 것이 싫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
The Magic Flute in 1978 / Act II Scene 2 of Turandot ⓒ Cory Weaver/san Francisco Opera
2009년부터 그는 아이폰으로 디지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주로 꽃을 그려 지인들에게 보냈다. 그중 한 명이었던 프랑스 사업가 피에르 베르제는 호크니를 설득해 2010년 10월 첫 디지털 드로잉 전시를 파리 입생로랑 피에르 베르제 재단에서 개최했다. 벽에는 12개의 아이폰과 약 20개의 아이패드가 250개의 디지털 원본 그림을 전시했으며 호크니가 보낸 작품으로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David Hockney : Fleurs fraîches exhibition display at Pierre Berge - YSL ⓒ Luc castel
아이패드가 나오자 호크니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집과 주변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2019년 노르망디로 이주한 그는 집 주변의 계절을 보여주는 시리즈를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코로나 팬데믹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는 몇 주 만에 100개 이상의 작업을 완성해 2021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열린 '노르망디에서의 한 해'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작업에는 크게 예술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예술성은 작가의 작업 세계나 방식이 예술계에서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영역에서 인정받는 작가라고 모두 작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닌데 작가가 생계와 작업을 유지하는 데는 작품 판매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작업)을 해도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업을 할 때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과 시장에서 잘 팔리는 그림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를 모두 충족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트렌드에 맞는 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이 생긴다. 또한 인정받은 대가라도 변화하기보다 자신을 자리 잡게 한 화풍을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삶에 흐름에 따라 다양한 화풍이나 방식(디자인, 조각 등)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과 존경심이 생긴다(모든 예술가들을 존경하지만). 어쩌면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따라 작업 방식이 변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용기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술가와 기술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아주 오래된 질문입니다. '공예와 예술은 어떻게 구분할까? 일러스트레이터는 예술가일까?'
더 나아가 최근엔 'AI가 만든 창작물도 예술일까?'까지.
전문가부터 우리 각자 모두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예술가는 예술(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삶(메시지)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력은 기본이겠죠, 실력이 없는데 메시지만 있는 결과물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결과물이라도 상업적인 목적만 있다면 예술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방식과 형태는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진 미션과 비전을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어떨까요?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변하는 시대 속 각자의 길을 잘 찾아가길 바라며 여러분과 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2023년 데이비드 호크니
2023년 11월 1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 라이트룸 서울에서 <David Hockney: Bigger & Closer(not smaller & further away)>전이 개최된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으로 만들어진 몰입형 전시로 호크니가 3년간 직접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다른 몰입형 전시와 차별성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호크니가 직접 자신의 작업 방식과 의도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발전하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호크니는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내 일관적인 커리어의 연장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