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별 Dec 11. 2023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있다

실천15. 소셜미디어 현명하게 사용하기

첫 시작은 동네 서점에서 진행하는 북토크에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나는 필요할 때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며 자신만만하게 스스로를 SNS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8월, 한 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에 뽑힌 이후로 온갖 출판사의 서평단에 지원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평소에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를 백여 권의 책으로 채워둘 정도로 책 욕심이 많은데 서평만 쓰면 무료로 책을 받아볼 수 있다니, 그것도 누구보다도 빠르게 신간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니. 말 그대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서 받은 스타벅스나 배스킨라빈스 쿠폰들로 아이들과 카페 나들이를 가거나, 퇴근길에 아이들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는 순간도 즐거웠다.


신청한다고 무조건 서평단에 뽑히는 것은 아니라서 선착순이든, 추첨이든, 호소력 짙은 댓글을 통해서든 서평단에 뽑히는 일 자체가 굉장한 기쁨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서평단 안내드립니다.'는 DM을 기대하며, 로또 당첨 번호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간헐적 강화(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이 일정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할 때 그 행동을 더욱 강화시키는 현상)'의 표 보여주었다.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눈에 띄는 대로 서평단 모집글에 지원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각 출판사에서 보낸 책들이 도착했다. 음에는 책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읽고 천천히 서평을 쓸 수 있었는데, 서평 마감 기한이 촉박한 책들이 한 권 두 권 쌓이면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책을 읽어야 했다.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 중에는 기대와는 달리 내 취향이 아닌 책들도 종종 있었는데, 서평을 쓰기 위해 끝까지 읽어내는 시간이 꽤 힘들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사두었던 책을 읽을 시간마저 부족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게 아닌데'하는 깨달음의 순간과 마주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무료로'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주고 사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뽑힐만한 댓글을 고민해서 쓰고, 책 표지 사진을 찍고, 읽은 내용을 소화해서 서평을 쓰고, 인스타그램과 인터넷서점에 올린 서평 링크를 제출하는 모든 일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읽고, 관심 있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데...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뻔한 진리를 몇 개월간의 고행(?) 끝에 깨닫고 보니 '시간낭비하지 말라'며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위치가 전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얻은 점이 있다면 책을 읽고 서평으로 정리하는 일이 제법 몸에 익었다는 것이다.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 하단에는 항상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문구가 필요 없는 서평들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워나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