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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재이 Dec 28. 2018

안아, 안아, 안아 달라니까요

우리에게 포옹이 소중한 이유

유난히 기운이 빠지고 지치는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유난히 기운이 빠지고, 쉽게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품을 떠올리곤 하지요.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품에 안기며 세상의 근심을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합니다. 저도 "충전!"이라는 깜찍한 말과 함께 애인의 품 안에 뛰어들던 날이 떠오르네요. 이렇게 따뜻한 포옹이 말 몇 마디의 위로보다 큰 힘이 될 때가 있곤 하죠.


어느 날,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한 가지 궁금증을 떠올렸습니다.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해리 박사는 ‘인공 엄마 실험’이라는 실험을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나 엄마를 본 적이 없는 새끼 원숭이의 앞에 두 개의 인공 엄마를 놓았는데요. 한 엄마는 철사로 만들어졌고, 가슴에 우유를 넣은 병을 매달아 놓았죠. 반대로 한 엄마는 헝겊으로 만들어졌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해리 박사는 새끼 원숭이가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에 따라 우유를 갖고 있는 철사 엄마에게 갈 것이라 추측했으나,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실험 결과 새끼 원숭이는 우유를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헝겊 엄마의 곁에 내내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죠. 게다가 아기 원숭이의 공포심을 자극할 경우, 헝겊 엄마에 달려가 안기는 양상도 보였습니다. 할로우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접촉이 주는 따뜻함’이 사랑의 본질이라 판단했습니다. 이른바, ‘스킨십’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죠.


새끼원숭이를 통한 '인공 엄마' 실험은 '접촉위안'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접촉 위안’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보게 됩니다. 접촉 위안은 영국의 의학자 볼비(J.Bowlby)가 발전시킨 애착 이론으로, 배고픔과 같은 일차적 욕구 충족보다 접촉을 통한 위안이 애착 발달에 중요하다는 애착 이론 중 하나인데요. 이 이론에 따라 사람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정서, 인지, 사회적 발달 등에는 접촉 위안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해리 박사의 실험 또한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으며, 이후 스킨십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힘을 싣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는 부모의 포옹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실제 부모와의 접촉이 적은 아이는 정상 아이보다 20~30%가량 두뇌 발달이 늦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의 경우 더 많은 스킨십을 할 때 증상이 완화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지속적인 접촉은 정서적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애정 어린 스킨십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습니다.

2006년, 국내에 ‘프리허그’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FreeHug’라는 팻말을 든 이가 포옹을 원하는 이들을 마음껏 안아주는, 조금 낯선 캠페인이었죠.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이를 낯설고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즐겁고 따뜻한 캠페인으로 받아들이며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성행시켜 나갔습니다. 우리는 안아주는 행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여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습니다. 또,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를 증가시켜 통증과 긴장을 완화시키기도 하고요. 프리허그는 누군가에게는 장난스러운 행위였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진정한 위로가 되었던 것이죠.


유난히 마음이 헛헛해지는 연말.
허한 마음에 술을 찾기도,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달달한 음식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이의 품이 가장 큰 위안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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