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소리인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 무언가를 할 때 가슴이 뛰고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요즘 그것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그 세계, 참 특별하고도 신기한 그 세계, '커플 댄스'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 커플 댄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춤에 대한 개념과 테크닉, 해외 댄서 및 대회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 시작은 바로, 잊지 못할 첫 경험 이야기로 열어본다.
나는 줄곧 운동만 하던 아이였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합기도를 시작해서 집-학교-도장, 이 생활을 고등학교 때까지 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 겨울, 갑자기 동네 댄스 학원에 등록을 했다. 크게 울려 퍼지는 노래와 함께, 조심스레 선생님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차가운 겨울바람이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대학교 OT, 동기와 선배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있었다. 차례로 돌아가며 술을 마시고 장기자랑을 하는 자리였다. 탈색한 노란 머리에 웃는 얼굴로 앉아 있는 내가 활달해 보았는지, 선배 한 명이 나를 지목했다. 고작 댄스 학원을 두 달 다닌 게 다인데, 무슨 용기였는지 벌떡 일어나 춤을 췄다. 그런 내가 재미있었는지 선배들은 새로운 선배들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일으켜 세워 춤을 시키고 또 시켰다. 술 한잔에 얼굴이 발그스레해져 연신 신나게 춤을 춰대던 풋풋한 밤이었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고 교내는 동아리를 소개하는 선배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나는 어디에 가입할까? 저 멀리 보이는 댄스 동아리, 그래 이거다. 오디션을 보러 갔다.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춤을 춰오던, 동네에서 한가닥 하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동네 댄스 학원에서 배운 촌스러운 안무를 참 열심히도 췄다. 참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도 열정적인 모습에 잘 가르쳐보자 했었나 보다. 그렇게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댄스팀을 꾸리고, 나의 댄스 인생이 시작되었다.
뭔가 색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커플 댄스'를 치고 집에서 가까운 여러 곳에 가입을 했다. 초급 강습이 시작된다는 광고를 보고, 한번 해보자 했다. 서울대학교 공간을 대여해서 강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있었다. 23살, 어색하게 쭈뻣쭈뻣 털이 날리는 앙고라 모자를 쓰고 서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스텝을 배우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게 '스윙 댄스'였다. 사실 나는 무슨 춤 인지도 모르고, '커플 댄스니까 살사 같은 거겠지'하는 마음으로 갔었다.
강습이 끝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스윙 댄스 클럽 '부기우기'라는 곳에 갔다. '소셜 댄스'라고 했다. 그게 뭐지...? 신림동 골목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 문을 여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술도 안 마시고 신나는 재즈 음악에 춤을 추는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신세계가 열렸다.
어떻게 알고 추는 것이지? '소셜 댄스'가 뭐지? 약속이라도 한 듯 딱딱 맞아떨어지게 남녀가 춤을 추고 있었다. 배우면 알게 되는 거겠지. 짜고 추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참으로 희한했다. 그 궁금증을 가지고 다음 수업을, 또 그다음 수업을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참 오랫동안 이 세계에 빠져있다.
그때의 이 순간이, 내 인생을 360도 바꿔놓았다.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 이야기를 계속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