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삼척, 태백여행
전날 조금 일찍 잠을 잤더니 새벽 3시 눈이 떠진다. 다시 잠자리에 들려다 일단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집사람도 잠에서 깨어 우리 새벽에 드라이브나 나갈까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집을 나오니 새벽 4시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지 않고 무조건 동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날이 좋으면 동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한계령에서 일출을 보던지 하며 구리를 지나 양평을 지나 홍천 쪽으로 국도를 통해 달려 나간다.
넥쏘를 몰면서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수소 충전이다. 출발할 때 수소 잔량은 260킬로를 달릴 수 있는 양이었는데 내차 기준으로는 300킬로를 넘게 달릴 수 있다. 요즘은 연비가 조금 좋아져 수소 1킬로그램으로 120킬로를 넘게 달린다. 그래도 여유롭게 돌아다니려면 중간에 수소를 충전해야 안심이다.
한참을 달리다 하늘을 보니 하늘에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아름다운 일출은 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내린천 휴게소로 들어가 수소를 충전하려고 하니 영업시간도 아직 많이 남았고 어플에 보니 수소도 떨어졌다니 언제 보충이 될지도 모르겠다. 속초로 가려니 속초 수소충전소도 유지보수라 뜬다.
일단 고속도로를 통해 강릉의 초당 순두부로 아침을 먹기로 하고 강릉으로 향한다. 8시에 문을 여는 식당에 일착으로 도착하여 아침을 먹고 강릉항으로 향한다.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 마시며 강릉항과 영목항의 카페거리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차를 몰고 삼척으로 향한다.
중간에 동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수소 충전소가 있는데 거기는 가격이 10,000원이고 삼척수소충전소는 9,500원이고 강원도 제로페이가 되니 삼척충전소가 나에게는 유리하다. 넥쏘를 몰기 전부터도 강원도나 경상도로 여행을 많이 다니기에 강원도나 경남, 부산 제로페이를 많이 충전하여 다닌다. 특히 전통시장 제로페이는 전국적으로 사용 가능하니 많이 애용하는 편이다.
전에 삼척수소충전소는 350 바로 충전이 되어 좋지 않았는데 요즘은 수리가 되어 충전을 하니 92%까지 충전이 된다. 수소를 충전하고 삼척항을 들러 삼척 지진 해일 안전 센터에 올라 사진을 감상하고 인근 주변을 감상한다.
그리고 다시 삼척항을 지나 아름다운 삼척해변을 따라 올라가다 높은 산에 쌓여 있는 눈을 보기 위해 차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만항재로 가기로 한다. 중간에 도계에 들러 우거지 해장국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도계는 옛날에 석탄의 메카로 각광을 받았던 곳인데 이제는 많이 쇠락한 기분이다.
도계에서 점심을 먹고 강원도 산길을 달려 만항재에 다다른다. 도로는 눈이 치워져 차가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다. 산에는 눈이 정말 많이 쌓여 있고 간간히 가족들이 눈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추억 쌓기 놀이를 즐기고 있으며 등산객들도 눈에 띈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무척 많이 왔다. 만항재 주변에 차를 댈 수 없어 잠시 주차하고 사진을 찍고는 바로 태백산 당골을 향해 출발한다. 태백은 1983년도에 내가 근무했던 곳이다. 그때는 교통도 좋지 않았고 철도 주변은 시커먼 석탄 가루로 뒤덮여 있었고 황지천은 시커먼 물이 흘렀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시냇물을 그리라고 하면 까만색을 칠했을까?
내가 근무할 때는 80년대 초만 해도 당골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스레트 조각에 돼지고기를 구워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던 곳이었다. 이후 산에서 취사를 하지 못하게 하였지만 당골 계곡은 고기 굽는 냄새로 진동을 했었다.
옛날을 회상하며 태백산 당골을 거닐어 본다. 태백산 당골의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지 못할 정도 차가웠다. 5월 초까지도 눈이 내렸고 눈이 와도 무척 많이 왔었던 기억이 있다. 늦봄에 오는 눈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나무 가지에 붙으면 떨어지지 않고 눈의 무게에 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밤새 들리곤 했었다.
태백은 옛날에 근무한 경험도 있고 해서 드라이브를 하다가 가끔씩 들르는 곳이기도 하고 전에는 일 년에 두 번 겨울에 눈꽃 축제할 때와 6월 초 철쭉제를 할 때 찾곤 했었는데 요즘은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산에는 자주 안 올라가게 된다.
태백산에서 옛날을 회상하며 거닐다 이번에는 구문소로 향한다. 구문소는 차를 몰고 지나가기는 했었지만 차에서 내려 계곡을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구문소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차를 몰고 태백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으나 시간이 늦어 관람은 하지 못하고 다시 태백시내로 향한다.
1980년대 초의 태백시는 황지와 장성 철암이 합해져 태백시로 되었고 그때 당시의 인구는 약 14만 명 정도 기억되고 면적은 서울시의 면적 다음으로 면적이 넓었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인구는 약 4만 정도로 줄었다고 들었다.
구문소까지 둘러보고 찾은 곳은 황지 연못이다. 별빛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황지 연못을 거닐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태백에서 와서 처음 살았던 집은 없어지고 두 번째 살았던 연립주택은 남아 있다. 옛날에 근무했던 건물도 아직 남아 있어 40여 년 전의 기억이 새롭다.
황지천을 비롯하여 시장을 둘러보는데 시장은 완전 파장 분위기이다. 옛날에 자주 갔던 태백의 유명한 한우 실비집에서 고기를 먹을까 해서 찾아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고기를 먹고 차에서 자고 가려는 계획을 바꿔 시장에서 돼지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는다. 장장 19시간을 넥쏘를 타고 운전하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닌 거리가 700킬로를 넘게 달렸다. 내차가 수고했다. 강원도 산길을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이제 연비가 120킬로가 넘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