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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e Sep 07. 2022

미술시장 위기? 아니면 기회?

미술시장 2021 ①

 미술시장 위기 아니면 기회 


지난해 코로나19로 미술계는 커다란 어려움을 맞이한 듯 보였다. 대부분의 국공립 미술관은 문을 닫았고, 전시와 아트페어는 연기 혹은 취소 되었으며, 이는 미술품 거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 주관사인 Art Basel은 후원사인 UBS와 함께 매년 미술시장의 흐름을 정리하는 미술시장 보고서를 발표한다. 최근 2021년 3월에 발표된 『The Art Market 2021』(그림1)은 문화경제학자이자 아트컨설팅회사 Art Economics의 설립자인 클레어 맥앤드류(Dr. Clare McAndrew)에 의해 집필 되었는데, 미술시장에 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미술관계자 및 컬렉터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금까지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시장 분석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1]  『The Art Market 2021』표지

 

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도 미술품 거래총액은 대략 501억 달러(약 56조 6380억원)로 2019년도(약 644억 달러)비해 22% 감소하였으며, 이는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그림2, 그림3). 하지만 온라인 거래를 살펴보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124억 달러(14조 192억 원)로 이는 사상 최대치 거래 액수이고, 미술 전체시장 내 온라인 거래 비중의 비율도 2019년도 9% 대비25%까지 대폭 증가하였다[그림4]. 이는 코로나 19가 생활 전반에 거쳐 영향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예술계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0년도 상반기에는 많은 페어들이 취소 및 연기, 축소되었지만,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오프라인이 중심이었던 본 행사를 온라인뷰잉룸, 온라인 라이브경매 등으로 보안하며 비대면 거래가 필수인 상황에 어느 정도 대비책을 강구하여 변화에 대응한 듯 보인다. 특히 보수적이라고 여겨왔던 미술품 거래 부분에서도 이와 같이 다방면으로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림2] 2009-2020 글로벌 미술시장 판매총액(Sales in the Global Art Market) © Arts Economics (2021)


[그림3] 연도별 미술시장 매출액 증감률(Growth in Sales in the Global Art and Antiques Market)© Arts Economics (2021)


[그림4] 2013-2020 온라인 미술시장(The Online Art and Antiques Market 2013-2020) © Arts Economics (2021)


악재 속에서 작년도 미술품 거래총액이 22% 감소에 그친 이유는 비대면이 가져온 온라인으로의 생태계 변화가 젊은 신규 컬렉터 층의 미술시장 유입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고가의 미술품을 실물이 아닌 온라인으로만 매매한다는 것은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가져온 변화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락다운(lock down)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사람들은 집 안을 꾸미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거액의 미술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생소한 행위일 뿐만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미술품(My collection)'으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술시장이 사람들에게 대량복제예술품이라는 형태로 미술품을 조금 더 저렴하게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계는 작품의 유일성, 가치 등을 이유로 복제미술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20세기 초부터 이미 몇몇 미술가들은 ‘원본(origin)’에 대한 예술의 개념을 깨며 ‘복제(re-production)’를 예술활동의 일부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작품을 대량으로 복제하여 내놓은 대표적인 작가로는 앤디워홀(Andy Warhol, 1928- )[그림6]이 있다.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오리지널 한점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aura, 원본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힘)’를 이유로 고가로 미술품으로 거래되기를 원했던데 반해, 워홀은 작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비싸지 않게 판매하였다. 기존 미술품 시장의 원리에 반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예술노동자(Art worker)’를 고용하여, 실크스크린 기계를 이용하여 ‘팩토리(The Factory)’라 칭한 그의 스튜디오에서는 작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냈다. 특히 1964년, 세제 ‘브릴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미술관에 전시된 워홀의 작품 <브릴로 상자>[그림5]를 보고 예술사학자 아서단토(Arther Danto, 1924-2013)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세제 박스가 하나는n슈퍼마켓에, 또 하나는 미술관에 똑같은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는데, 과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존재론적 차이가 있을까. 예술을 네러티브(narrative)의 역사로 파악하여 르네상스(Renaissance)를 예술의 시작으로 간주했던 단토는 이 작품을 보고 ‘예술의 종말(The End of Art)’을 선언하며 ‘이제 더이상 예술로 보이기 위한 어떠한 방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워홀의 과감한 생각과 행동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후 제프쿤스(Jeff Koons, 1955- )[그림7],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1962-)[그림8], KAWS로 알려진 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 1974-)[그림9] 등 많은 예술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예술활동에 ‘복제’라는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그림5] Andy Warhol, paint and silkscreen ink on wood, 43 x 43 x 36 cm, 1964. © The Museum of Modern Art
[그림6] Andy Warhol,  켐벨수프 통조림, 합성폴리머물감, 51x41cm, 1962. © The Andy Warhol Museum


[그림7] Jeff Koons, Swan, Rabbit, Monkey(full set), 2017.


[그림8] Takashi Murakami, Flower Ball, Cosmos, 2011 ©


[그림9] KAWS(Brian Donnelly), Companion open edition brown/gray/black.

 

이와 같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좀더 저렴하게 공급되는 예술작품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젊은 콜렉터들의 층을 형성하게 하였고, 이는 작년 하반기 미술시장의 매출액에도 영향을 줄 정도였다. 또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나만의 대체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미술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도 미술시장에 가해진 타격은 이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좋은 예술품은 전시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대상으로 뿐만아니라, 나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 내다본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술계는 많은 고민을 했다. 

새로운 변화로의 시도가 이번 미술시장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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