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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AG May 31. 2024

저출산 극복 1000만인 국민댄조를 아시나요?

정말로 댄조를 저출산 극복 방안이라고 생각했을까?

지난 29일, 대한민국 1분기 합계 출산율이 발표되었습니다.


역대 1분기 합계 출산율 최저치인 0.76명으로 집계되었는데, 보통 연초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제일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합계출산율은 0.70명 밑으로 떨어질 게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714437?sid=101

인구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확정되는 미래이기 때문에 돌이킬 방법이 없습니다. 앞으로 매우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할 것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생각 지도 못한 문제들이 터져 나올지 걱정입니다. 합계출산율 0명대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니 말이죠.


출산율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다 보니 원인도 해결책도 찾기 어려운 지상 최고의 난제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진지하게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기사가 보였습니다.


https://www.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5492


아아..... 그것은 꾀끼깡꼴끈보다 기괴한 무언가였습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용호 시의원(부위원장)의 '아름다운 몸짓'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1층 강당에서 개최된 ‘제1회 으랏차차 출생장려 국민댄조 서울시 캠페인’에서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 부위원장(국민의힘·용산1)은 국민댄조(댄스+체조)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사들과 함께 직접 시범을 보였다."


저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괴랄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 국민댄조(댄스+체조)는 왜 현실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만 걸까요?


시의원님께서 댄조 안무가와 친한 사이였다거나, 그저 춤이 추고 싶어서 추진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에, 이 분은 정말로 댄조가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가정해 보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보편적이라고 믿으며,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허위 합의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고 합니다. 홍보를 위해 보도자료까지 낸 것을 보면, 의원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댄조의 저출산 극복 효과에 공감하고, 의원님의 노고를 치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댄조는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맨 처음 저출산과 댄조를 연결시켰을 때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었거나, 시의원님이 무서워서 말도 꺼내지 못했거나, 아부하기 위해 정말 탁월한 아이디어라는 의견을 냈을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몸짓 눈길'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은 걸 보면...


아니면, 누군가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의원님께서 허의 합의 효과에 빠져 '무슨 그런 비상식적인 소리를 하냐! 다른 사람들도 다 댄조가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거다!'라고 일갈했을지도 모릅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더 수평적인 관계에서 의견을 교환했다면, 자신의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깨달을 수 있으셨을 겁니다.


일전에 기재부 산하 자문위원회에서 주최한 '미래전략포럼-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 질의응답에서 한 위원이 휴대폰이 재미있어서 애를 안 낳는다고 말해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98716?sid=101

물론 농담이었고 기자가 타이틀을 자극적으로 뽑긴 했지만, 댄조 기사를 봤을 때만큼 허탈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굳이 저 자리에서 저런 농담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높으신 분들은 대체 지금의 초저출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린', '웰빙', '창조', '혁신' 같은 단어처럼 그냥 여기저기 갖다 붙여서 생색이나 내는 일반적인 사회 이슈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직도 상황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없는 분들이라면 그냥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댄조가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요즘 저출산이 이슈니까 댄조 앞에 붙여본 건지는 당사자만 알고 있겠죠.


지금의 초저출산 상황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술적인 특이점이 와서 노동구조가 대격변 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 혼란과 경기 침체는 필연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높으신 분들은 이 문제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댄조를 하고 싶으시다면 하셔도 좋은데, 저출산 극복이라는 말은 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댄조가 저출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정치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 인식에 절망하여 오히려 저출산이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P.S.

의원님 지난해 한국 출산율은 0.72명이었습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저 시의원분께서는 작년 전체 합계 출산율도 잘 모르는 분이셨습니다. 정말로 저출산 극복에 관심이 있었다면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를 틀리게 말하진 않았겠죠?  그냥 하이컨디션 황금똥 댄조협회랑 친하게 지내고 싶으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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