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성한 밥벌이를 위하여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다. 챗GPT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준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지만, AI실직은 벌써 시작됐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 고백하자면, 사실 이 글은 챗GPT와 AI가 이렇게 핫이슈가 되기 몇 달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예시를 작성했었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지금 이걸 생각해봐야 하는지 등등, 어렵고 막연한 IT기술을 설명하느라 이런저런 내용을 구글링 해가며 바쁘게 타자를 쳤다. 그러나....
AI와 ChatGPT?
아직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요?
2023년 6월 현재, 사람들은 이미 많은 걸 알고 있고 이 글에서도 나도 머리 아프게 기술을 말하기보다 나 개인의 생각들을 가볍게 적어보았다. AI의 화려한 등장 이후 내 직업의 존속기간을 가늠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 또한 노동자로서 내 직업과 AI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됐다.
아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짧은 생각 몇 가지이다.
이건 그저 시간과 비용의 문제라고들 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화이트칼라 직업인들이 사라지는 시기가 더 빠르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키오스크나 셀프계산대가 캐셔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던 것처럼, 이번엔 사무직들의 순서가 다가왔다. ChatGPT나 기타 AI솔루션들이 증명했듯이, 인간의 지식과 노동을 대체할 기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듯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AI로 인한 실직자가 천 명, 만 명 단위라고 한다. (참고: "챗GPT 때문에 해고됐어요"... AI로 인한 실직 이미 시작)
이런 새로운 인프라를 도입하는 비용이 인간의 몸값보다 더 저렴해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조금씩 대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저 내가 대응할 시간이 조금은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게임원화 업계는 안 그래도 적던 T.O가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IT업계나 전반적인 불황이 겹친 탓도 있겠지만 미드저니 같은 생성형(?) AI의 역할이 커 보인다. 최종 산출물로 쓸 순 없어도 초벌을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짜는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초안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 일들도 자연히 필요 없어질 것 같다. 바로 신입들이 하던 일들이다. 맥도널드에 키오스크가 도입되던 시점이 오버랩된다. 이전에 직원 4명이 바삐 돌아다니던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도입되고선 매니저급 1-2명만이 남아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원래도 신입을 잘 안 뽑는 업계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 코가 석자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는 원래도 신입에게 친절한 시장은 아니었지만 참 혹독하단 생각이 든다.
이미 일부 IT회사에서는 ChatGPT를 활용한 서비스의 Beta버전을 내놓기도 한 거 같다. 마이리얼트립, 토스 등이 발 빠르게 테스트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비용적인 측면대비 아직 활용도가 낮아서인지 조용히 서비스를 내린 곳들도 많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빠르게 검증된 셈이다. 앱개발도 디버깅을 포함해서 혼자 앱을 만들 수 있는 정도로 해줄 수 있다고 하니, 내 밥그릇 좀 위험하겠는데?라고 생각한 것이 개발자, 디자이너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의 걱정이란 게 위안아닌 위안이랄까…
(참고: 마이리얼트립, 챗GPT 연동 'AI 여행플래너' 출시, ChatGPT로 10분 만에 앱 만들기)
이 질문은... 물어보나마나 당연히 "YES"일 거다. 다양한 맥락과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UX설계까지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기본 UI의 화면구성과 아이콘들은 이미 어느 정도 패턴화가 진행된 부분이 많다. 때문에 인공지능 도입을 아직 안 했을 뿐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 대목이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미 단순 솔루션들은 업계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점점 저렴해지겠지.
그럼 한발 더 나아간 질문.
앞으로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에 대체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은 YES/NO를 나누어봤다.
너무 정신승리 같지만, 긍정적인 부분부터 보고 싶다.
(회사마다 좀 다르지만) 프로덕트디자이너의 R&R은 화면디자인에만 있지 않다. 이들은 프로덕트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해야 할 WHAT-WHY-HOW에 전부 관여한다. 내가 생각했을 땐 이들에게 화면디자인은 본인이 제일 잘 다루는 도구이며 재료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AI가 화면을 1초에 100만 개씩 찍어낸다고 해도 베테랑 디자이너들의 자리까지는 아직 세이프존이 아닐까 싶다.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수많은 방법들 중에 어떤 게 좋은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레이어들에 대한 이해와 직감이 필요하기도 하고,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는 종합적인 린치핀 역할들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대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 이건 미래에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AI의 산출물은 아직 100%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이들의 산출물은 학습의 출처나 과정이 전부 생략되어 있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chatGPT가 내놓은 엉터리 정보를 논문이나 리포트에 그대로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한차례 화제가 됐던 세종대왕 맥북던짐사건 밈도 마찬가지다. (참고: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 알려줘" 밈이 된 챗GPT 답변 - 한국일보) 이처럼 아직은 전문가의 판단이나 보정이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기에, 내 밥그릇은 아직 괜찮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AI가 난리이지만 결국 단순하게 바라보면 똑똑한 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인간이 주도성을 갖고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 관점을 갖고 디자이너를 다시 바라본다면, 우리에게 과연 100%의 주도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안타깝지만 디자이너를 도구, 오퍼레이터 정도로 바라보는 조직이나 문화적 관습이 우리나라 안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게 어떤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너무 당연한 듯이 여기는 모습을 스타트업 씬에서도 굉장히 많이 목격해 왔다. 디자이너가 주도적,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전문성을 존중받을 수 있다면 4번에서 말했듯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고, 그 반대라면 AI와 밥그릇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정해진 것을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되고... 내 판단에 대한 존중 없이 일해야 한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이 무엇이 다른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게 결정권자 혼자 고성능 툴을 쓰는 것과는 무엇이 다른 건지도. (앗! 그냥 이걸 원하는건데 내가 눈치가 없는건가~?^_^)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늘 안타까운 지점이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그래서 현시점에 AI위협에서 그나마 자유롭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신성한 밥벌이를 위한 내용은 다음글에서 마저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