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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Jul 17. 2022

나는 신입사원 개발자 우영우입니다

우영우로 알아보는 사회초년생의 개발자의 회사생활 미리 보기

(주의) 본 아티클에는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6화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동료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 작품은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이전에도 유튜버 "고몽"(영화를 다룬다)의 썸네일에 종종 홀린 듯이 클릭을 하여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를 본 적이 있는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유튜브 썸네일을 통해 이미 한 번 접한 적이 있는 터였다. IT업계에 고작 2년 동안 몸담은 나는 물론 그런 것들이 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마케터의 메시지가 담긴 마케팅과 고몽, 넷플릭스 그리고 나의 동료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직업 현장의 생생함이 담겨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인물의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하지만, 드라마가 그려내는 삶의 현장은 인간의 보편성 또한 보여준다. 우리네 삶의 보편적인 감정을 우영우도 동일하게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주인공 삶과 나를 연결해 주었다.


나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주니어 개발자 중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우영우 변호사처럼 내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다. 같이 입사한 동료는 나보다 더 앞서 나가고 바로 기능 개발에 투입이 된다. 몸값이 가파르게 높아진다는 3년 차 사수는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잘한다. 그런데 개발 또는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 빠르게 성장한다. 회사에서 몇 개월 정도 구르며 개발하다 보면 간단한 기능 개발 정도는 누구나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주니어 개발자들이 이 구간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빠르게 팀에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회사는 주니어가 이 구간을 지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기도 한다. 우영우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뛰쳐나왔듯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뛰쳐나가는 개발자도 많다. 물론 본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회사에 합격해서 가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질문의 힘

회사에 처음 입사하면 선배와 팀장님은 회의하랴 개발하랴 정신이 없어 보이고 매번 야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가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일지 불안해진다. 그래서 쉽게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개발자만 6명의 온보딩을 진행해봤다.(학교 다닐 때 조교로 또는 연구실 동료의 온보딩까지 합치면 더 많다) 그들 중에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적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은 내 바로 옆 자리에 앉아 하루에도 수차례씩 질문을 했는데, 결국 파일럿(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하는 작은 프로젝트) 프로젝트 2개를 2주 만에 끝내고, 내가 하는 업무에 직접적으로 기여해 성과를 내더니 급기야는 내가 숙원사업으로 가지고 있었던 프로젝트였지만 시간이 없어서 완성하지 못한, 신입사원에게는 꽤 난이도 있는 업무를 해치워 버렸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까지 바로잡아주며 폭풍 성장했다. 덕분에 나는 요즘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 것이 즐겁다. 그들의 질문에 잘 답변한다면, 그들이 나를 도울 것이니 말이다.

  
반면에 질문을 하지 않는 팀원은 성장이 더디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더 성장하기는커녕 피드백을 받지 않으므로 협업의 성과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영우는 팀장인 정명석 변호사에게 항상 질문하고, 의뢰인에게도 항상 질문한다. 질문을 하지 않는 시니어보다 질문을 하는 주니어가 훨씬 낫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는 데이터와 지식을 전달한다. 전달된 지식은 다른 사람에 의해 재해석되어 더 큰 성과를 만든다. 기억하자. 당신의 동료들이 받는 월급에는 당신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값까지 포함되어 있다. 당신의 동료가 혹 그 질문을 싫어한다 해도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당신이 그리고 팀이 성장하지 못한다.


사회는 불의하고 세상은 나쁘기만 할까?

6화에서 재판장은 검사와 변호사에게 본관을 물어본다. 젊은 검사와 변호사에게 본관을 묻는 재판장은 자칫 고루하고 지연을 따지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판장 나름의 스몰 톡(Small Talk)이 아니었을까? 재판장은 재판의 절차와 원칙을 존중하는 사람이었고, 마지막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최수연과 우영우 눈에는 따뜻한 인간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재판장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계를 하게 된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려고 한다. 잘 알지 못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첫 느낌이 꽤 오래간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꽤 오랫동안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당신이 팀에 처음 합류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조금은 경계를 풀고 같이 이야기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변호인은 본관이 어떻게 됩니까?(ㅎㅎ)


나는 사내 정치의 희생양일까?

5화에서 권민우는 우영우를 괴롭히는 것으로 그려진다. 방법이 유치하고 좋지 못하다. 중요한 자료를 공유하지 않거나 상대를 무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권민우와 우영우는 근본적으로 왜 대립하게 되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민우는 우영우가 답답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나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영우는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우영우가 재계약이 된다면 자신은 재계약이 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회사에서 동료는 경쟁자라기보다는 협업하는 입장이다. (Zero-Sum 게임이 아니라 Win-Win 게임이다.) 변호사 업계나 대기업은 인위적으로 동료들 간에 경쟁을 붙여서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지는 모르겠지만(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대기업 인턴십은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대기업만큼의 복지나 보상이 쉽지 않은 점이 있기도 해, 유능한 직원은 항상 부족하고 팀이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어려워지기 때문에 Win-Win 또는 Lose-Lose 게임인 경우가 더 많다. 이후 권민우의 인간적인 모습도 그려지는데 이준호의 마음을 오해해 최수연과 이준호를 이어 주려고 노력하는 우영우 입장에서는 의외(?) 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의도는 좋지만 헛다리를 짚는 것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회사생활에서 의외로 이런 일이 꽤 많다.)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의 인간적인 모습 (사람 앞에 붙여진 별명은 많은 경우 편견 또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동료들이 싫어할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사내 메신저에  한마디 적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상대가 보낸 메시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전긍긍하며 혼자 생각하다가 나중에서야 그게 무슨 의도였냐고 섭섭해하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회초년생은 내가 하는  한마디가 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 않을지 전전긍긍한다. 기존 직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쌓아놓은 자신의 이미지가 있어서,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사회 초년생은 다르다. 처음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상당기간 동안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그런 부분들에 집중한 나머지 회사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며, 해야  말을 하지 못해 일을 그르치고   좋은 이미지로 낙인 되기도 한다. 1화에서 우영우는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과도한 긴장을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할 뻔했지만, 용기를 내어 해야할 (증인 신문) 훌륭히 해냈다. 나의 예전 동료   명도, 입사한  6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에 회사의 현재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진단 내리고 대표에게  사원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동료가  발표를 하기 전에 수없는 고민을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말은 좋았고 팀원들은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가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우리는   손해를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내가 다녔던 회사가 스타트업이었던 것도 있고, 모든 조직에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메시지가 진심이고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이 글은 오늘도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우영우와 남들보다 특히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영우, 그리고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의 나와 또 겪게 될 미래의 나를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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