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만 베어도 사진을 찍어 안타까움을 구걸하던 이의 이야기
굳이 '관심종자'라는 단어를 끌어오지 않아도 나는 나를 알고 있다. 혼자 있는 걸 끔찍하게 좋아하면서도 그 혼자인 순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괴상한 취미.
'혼자 내버려둬 그런데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나는 혼자 일 때 보다 둘일 때 더 많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혼자는 혼자로 괜찮다.
상대방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고민하고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다.
내가 먹고 싶을때, 자고싶을 때, 일어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모든것이 나의 자유이다.
하지만 둘이 되면,
혼자 했던 행동들은 '따로 하기'가 된다.
나 혼자도 잘 끓여 먹던 라면은
따로 먹기 때문에 쓸쓸한 음식이 되고
혼자서 즐겁게 벽을 채워나가던 벽 페인팅도
따로 할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과업이 되어있었다.
왜 나는 따로를 견디지 못하였을까.
찾아와줘, 부대껴줘, 따뜻해 줘, 안아 줘 라고 말 할 수도 없을 거면서.
그래서 나는 따로를 위한 여행을 떠났다.
역시나 예상대로 많이 앓았다.
함께 하는 시간은 더 없이 충만했지만
따로가 되는 시간들은 예상치 못하게 자주 찾아왔고
자주 떨떠름하고 복잡하고 불편한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서로가 그 떨떠름 한 가운데 다시 함께 해야 하는 순간도 여지없이 찾아왔다.
혼자가 되는 것과
따로가 되는 것이 왜 그렇게 다른 것일까
함께 있을 수록 외로웠던 나는
무엇을 채우고 싶어서 끊임없이 끌어당겼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