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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자판기 Dec 26. 2023

어느 비관주의자의
긍정의 티끌 모으기

프롤로그

나는 비관주의자다.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면 잘못될 경우의 수를 먼저 생각했다. 거의 언제나 일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두려움에 압도되어 허둥지둥하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잘못될 경우의 수’를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됐고 그 두려움은 나를 비관주의자로 살게 했다. 그렇게 50년을 살았다.


비관주의자로 살아서 불편한 점 하나는 걱정이 너무 많다는 거다. 나는 나이 50쯤이면 그 걱정의 존재감이 좀 가벼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 걱정들은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손에 땀이 나게 하고 내 머리를 백지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지천명의 나이에 ‘하늘의 명’을 알기는커녕 ‘나 자신을 다루는 법’도 모르겠다는 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동안 내가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알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예술심리치료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고 여러 관련 국가자격증, 민간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학회의 세미나에 꾸준히 참석하고 치열하게 자기 분석을 하며 나름대로는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애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비관주의자다.

낙관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비관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의 비관주의는 때때로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희망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나는 비관주의가 나의 삶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의 삶 속에 존재하는 긍정의 감정들을 티끌을 모으는 심정으로 모아 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나의 글들은 이러한 티끌을 모으는 과정이 될 것이다. 


긍정의 감정을 모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감사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끝까지 해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내 삶에 허락된 감사한 것들 100가지를 기록해 나가보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과연 내가 100가지나 찾아낼 수 있을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런다고 내가 달라질까?',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줄 이가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들이 스친다. 티끌이 태산이 되는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내가 적어도 노력하고 있음을 칭찬해 주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일단 첫 번째 글을 완성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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