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사람 마음엔 어떤 집 하나가 지어져 있을까

by 하지희

“넌 00 한다면 어떤 집에 살고 싶어?” 이런 얄궂은 질문 던지는 걸 좋아한다. ‘어른이 되면’, ‘로또에 당첨된다면’, ‘할머니가 된다면’, ‘혼자 도시에 산다면’ 같은 단서도 조금 주고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자연스럽게 먼 곳에 시선을 두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그때 그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면, ‘이 사람 마음엔 어떤 집 하나가 지어져 있을까’하고 대답을 재촉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내 마음에도 어떤 집 하나가 지어져 있다. 타고나길 욕심이 많아 집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어떤 상황을 떠올리면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집 하나가 지어져 있다는 것엔 부끄럽고 싶지 않다. 난 이 집에 신세를 아주 많이 지고 사니까.


가끔 인간관계에 치여 힘들 땐, 마음에 지어둔 작은 아지트로 그 사람을 초대하는 상상을 한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미워도, 함께 난롯불을 지피고, 찻잔을 사이에 두고 잠시 쉬는 모습을 떠올리면 좀 괜찮아진다. 나이 들어 혼자 남을 상상을 하면 두렵다가도, 내가 지어 둔 귀여운 싱글 할머니의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 있으면 이 정도면 살아갈 만하겠다 안심하게 된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가 어느새 늙어가는 걸 마음 아파할 때면, 꿈속에서 지어둔 그 아이의 멋진 집을 방문하는 상상을 하며 한숨 돌릴 수 있다.


꿈꾸는 집, 살았던 집, 편안한 집, 어떤 좋은 집을 하나씩 지어두고 살아왔다. 그중엔 꼭 살아보고 싶은 집도 있고 굳이 살아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집도 있다. 그저 이렇게 마음속에 지어두었다가 평생에 걸쳐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집. 그 집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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