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협업 이야기
우리는 충북 괴산에 산다. 2023년 2월, 영하 19도로 떨어지던 날. 우리는 검은 스파크에 이불과 짐을 싣고 연고하나 없는 괴산으로 왔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친정부모님도 충북에 살고 계시긴 하지만 토박이가 아니시다. 우리는 거제도에서 살았었다. 약 4년 전 충북으로 이주를 하신 부모님 덕분에 충북 지역에 처음 발을 디뎠다. 산과 숲을 좋아하는 나는 고즈넉한 충북 시골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남편과 작은 경차를 타고 충북 지역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보은, 옥천, 충주, 청주... 그러다 눈이 아주 많이 내린 다음 날, 우리는 괴산을 방문했다.
<응답하라 1994>의 한 충청도 청년이 괴산 출신이었다는 것 말고는 나는 괴산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눈이 많이 왔기 때문일까. 괴산 지역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광들이 다 좋았다.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도 괴산이 마음에 든 눈치였다. 무엇보다 집을 바로 구할 수 있다는 게 컸다. 우리는 직전까지 충북 옥천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시내가 아닌 면 단위의 마을에 살고 싶었는데 셋집이 구해지지 않았다. '귀농인의 집'이라는 단기 임대를 찾아보았지만 만실이었다. 괴산의 '귀농인의 집' 리스트를 찾아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중 한 집이 비어있었다. 우리는 당장 괴산으로 찾아갔고, 집을 계약하고 2주 뒤 괴산에 전입신고를 했다. 그때 그 집이 비어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괴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집은 청년 세대가 시골에 정착하는데 어마어마한 역할을 한다.
청년이 연고하나 없는 시골에 전입하면(전입하려고 하면) 무얼 할까? 먹고 살 고민부터 하지 않을까. 보통은 취직 자리를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창업을 알아보기로 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그럼 가게는 어디에 구하지? 읍내? 그보다 더 한적한 마을? 거기에 가게를 내면 장사가 될까? 정부지원사업도 있다고 하는데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쓰지? 혼자 끙끙대고 있자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에 무작정 충북 괴산을 검색해 봤다. 생각보다 괴산에 청년이 많이 살고 있었다. 절대적인 숫자가 많은 건 아니고, 재밌는 일을 벌인 청년이 많아 보였다. 그중 집에서도 가깝고 일을 제일 크게 벌린(?) 것처럼 보이는 '뭐하농'이 눈에 띄었다. 심호흡을 하고 인스타그램 DM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괴산으로 전입한 청년 하지희라고 합니다. 다름 아니라...'
메시지를 보냈고, 얼마 후 알림이 울렸다.
- 다음 편에 계속 -